축구에는 버저비터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경보기(buzzer)를 눌러 경기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휘슬(whistle)을 불어 경기를 끝내기 때문이다. 그래도 버저비터라는 말이 익숙한 이유는 축구의 인저리 타임(injury time)에 나오는 극적인 골을 종종 '버저비터 골'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버저비터라는 말이 축구에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면 '휘슬비터' 또는 'Last-minute goal'이라는 용어를 써보자. 영상을 보고 '버저비터 쩌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면 그 골은 버저비터 골이다. 용어가 무슨 상관인가. 본인이 좋은게 좋은거다.
1999. 5. 26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vs 바이에른 뮌헨
솔샤르(with 쉐링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클럽 역사 최초로 트레블을 달성할 기회를 맞았다. 맨유는 퍼기의 아이들과 함께 전성기를 맞고 있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히츠펠트 감독을 필두로 분데스리가를 우승했고,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더블을 노리고 있었다.
빅이어를 향한 치열한 혈투가 시작됐다. 전반 6분 뮌헨의 마리오 바슬러가 프리킥 골을 성공시켰다. 선취점을 허용한 맨유는 골을 넣기 위해 공격수 쉐링험과 솔샤르를 투입했지만 올리버 칸이 버티고 있는 뮌헨의 골문은 경기 종료 시간인 90분까지 열리지 않았다.
전광판 시계는 멈췄고, 1분이 지났다. 그리고.....
<퍼거슨 "이것이 축구다">
2012. 5. 14
맨시티 vs QPR
아게로(with 제코)
2011-2012 EPL 시즌 마지막 라운드를 앞두고 리그 1위인 맨체스터 시티와 2위인 맨체스터 유나이트의 승점은 같았다. 골득실에서 맨체스터 시티가 8골을 앞서고 있었기 때문에 맨체스터 시티가 최종전에서 이기기만 한다면 우승이었다.
맨시티와 QPR의 리그 최종전. 전반 39분 사발레타의 선제 골로 맨시티는 우승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나 후반 시작과 동시에 QPR의 시세가 골을 터트리며 맨시티의 우승에 찬물을 끼얹었다. 후반 10분 조이 바튼의 퇴장으로 맨시티는 수적 우위를 점했지만 QPR에게 역전골까지 허용하며 우승은 멀어져 갔다.
전광판 시계는 멈췄고, 1분 30초가 지났다. 그리고....
맨유는 선더랜드에게 승리하며 경기를 끝냈고, 맨시티와 QPR의 동점 소식에 우승을 자축하려했다. 맨시티의 총알이 아직 한 발 더 남았다…는걸 퍼거슨 감독은 깨닫지 못했다.
이티하드 경기장 전광판 시계는 여전히 멈춰 있었고, 1분이 더 지났다. 그리고….
<맨시티의 첫 번째 우승은 아게로가 만들어냈다.>
2014. 5. 25
레알마드리드 VS AT마드리드
라모스(with 라 데시마)
2013 - 2014 챔피언스리그의 결승은 최초로 마드리드 더비로 치뤄졌다. 라 리가우승을 차지한 AT마드리드의 상승세가 라 데시마를 향하는 레알을 꺾을 수 있을지가 많은 사람들의 화두였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으로 치러진 마드리드 더비는 전반 9분 부상을 무릅쓰고 출전한 디에고 코스타가 교체되며 더 알 수 없는 향방으로 빠져들었다. 전반 34분 디에고 고딘이 헤딩슛을 성공시켰다. 후반 레알은 마르셀루와 이스코, 벤제마까지 투입했지만 득점에 성공하지 못했다. 경기는 AT마드리드의 승리로 끝나는 모양새였다.
전광판 시계는 멈췄고, 3분이 지났다. 그리고….
<라모스의 '버저비터'에 무너진 AT마드리드는 연장에서 힘 한 번 못썼다.>
2013 . 12. 1
포항 스틸러스 vs 울산 현대
김원일 (with 황선대원군)
2013 K리그는 울산의 독주로 마무리 되어가고 있었다. 반전은 포항과의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울산이 2연패를 하며 일어났다. 울산을 추격하던 포항은 울산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승부수를 띄울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K리그의 최종전이자 챔피언 결정전이 시작됐다. 울산은 선 수비 후 역습. 포항은 전진 또 전진이었다. 울산 수비진은 포항 선수들의 공격에 당황은 했지만 골은 먹히지 않았다. 경기는 무승부로 끝나갔고, 울산은 K리그 우승컵이 눈 앞에 있었다.
전광판 시계는 멈췄고, 5분이 지났다. 그리고….
<가레스 상윤의 슛! 슛! 슛! 슛!>
2013. 3. 26
대한민국 vs 카타르
손흥민 (with 이동국)?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대한민국은 우즈베키스탄에게 비기고 이란에게 패하며 2014 브라질 월드컵 진출에 먹구름이 끼였다. 월드컵 진출에 분수령이 될 5차전에서 꼭 승리를 해야만 하는 처지에 있었다.
카타르와의 5차전. 카타르의 밀짚 수비를 뚫고 후반 15분 이근호의 헤딩 골로 앞서간 대한민국. 하지만 3분 뒤? 카타르의 역습에 골을 허용한다. 결국 최강희 감독은 손흥민과 이동국을 동시에 교체하며 승부수를 띄운다.
전광판 시계는 멈췄고, 5분이 더 지났다. 그리고…..
2014. 9. 29
대한민국 vs 북한
허은별
인천아시안게임 대한민국 여자축구대표팀은 막강 화력을 뽐내며 준결승에 올랐다. 상대는 전통적인 여자축구의 강호 북한이었다.
2014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 4강. 전반 11분 정설빈의 피를로스러운 프리킥 골로 경기를 앞서나갔다.
이후 북한은 크로스 바를 두 번이나 맞추며 파상공세를 이어갔다. 결국 전반 35분 위정심의 골로 동점을 만들었다. 후반 43분 지소연의 중거리 슛이 골대를 맞으며 경기는 연장전으로 향하고 있었다.
전광판 시계는 멈췄고, 2분 59초가 지났다. 그리고….
<대한민국 선수들이 '죄송하다'는 말은 안했으면 좋겠다.>
2014 . 10. 2
대한민국 vs 북한
임창우(with 김신욱)
아시아 최고를 자부하지만 1986년 서울 아시안 게임 이후로 금메달을 차지하지 못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매번 아시안 게임 우승 문턱에서 아쉽게 좌절했고, 28년 동안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없었다.
1978년 방콕 아시안 게임에서 공동 우승을 하고 36년 만에 치러진 남북대결. 공동 우승은 없다. 한쪽이 웃으면 한쪽이 울어야 하는 경기가 시작됐다.
긴장감이 감도는 인천 문학 경기장. 남과 북의 축구 전쟁이 벌어졌다. 선수들의 긴장감은 서로간의 설전으로 이어졌고 거친 분위기 속에서 경기가 진행됐다. 전후반동안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지만 서로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전후반 경기가 모두 끝나고 이어진 연장전. 연장 후반 3분 대한민국 이광종 감독은 김신욱을 투입시키며 승부수를 띄웠다. 북한 수비수 두 세명이 김신욱을 막아내며 연장 후반 15분 경기마저 끝나갔다.
전광판 시계는 멈췄고 15초가 지났다. 그리고…..
<36년 만에 금메달을 대한민국으로 가지고 온 임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