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남자의 축구여행 - 포항물회 그리고 축구
상태바
네 남자의 축구여행 - 포항물회 그리고 축구
  • 발행 2014.09.28
  • 조회수 1632
이 콘텐츠를 공유합니다
w
http://www.youtube.com/embed/qW-AgG3a24c

(삶의 큰 시련 가운데 하나. 만리타국 브라질에서 맛보는 2-4 참패. 그 순간을 함께한 사람들을 나는 전우라고 부른다.)


?전우, 흔히 전장에서 힘든 시간을 함께한 벗들을 우리는 전우라고 부른다. 입대를 하면 제일 처음 배우는 군가가 전우일 정도로 전우는 중요한 존재이다. 물론, 전우라는 단어의 뜻이 전장을 함께한 사람에게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다른 힘든 순간에 함께한 사람들도 전우라 부른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는 확실한 전우들이 있다. 우리 전우들은 우리 스스로를 '포르투 알레그레'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우리는 야축동이 함께한 브라질 월드컵에서 알제리전이라는 힘든 시간을 함께 했기 때문이다. 알제리전이 열린 도시가 포르투 알레그레 였기 때문에 그 경기를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우리 모임의 이름을 포르투 알레그레라고 지었다. (포르투 알레그레에서의 시간은 우리에겐 정말 힘든 것이었다.)

뭐든 지르고 보는 것이 가장 빠르다. 출발 일주일 전에 표를 사고는 뿌듯해했던 기억이 난다. 뭐든 지르고 보는 것이 가장 빠르다. 출발 일주일 전에 표를 사고는 뿌듯해했던 기억이 난다.

브라질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 우리는 서로가 응원하는 팀의 홈구장을 차례로 돌아가며 직관을 하면서 전우애를 이어갔다. 우리가 거주하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성남, 서울, 인천에서 만나고 함께 여러차례 경기를 지켜봤다. 그러다 이런 제안이 나왔다. '지방에서 열리는 경기에 가보자' 모두가 동의했고 우리는 9월 28일 포항에서 열리는 K리그 클래식 최정상들의 대결인 포항 대 전북을 보러가기로 결정했다. 1박 2일의 힘들 수도 있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무작정 표를 샀고 떠나기로 했다. 얼개도 없고 계획도 없었다. 그냥 경기를 보기로 했고 포항에 가니 물회나 먹자는 정도였다. 단지, 그것 뿐이었다.


 

고속터미널 경부선 6번. 포항으로 가는 버스가 정차해있다. 포항으로 향하면서도 "정말 가는 건가, 그냥 축구보러?"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스스로도 우리가 이상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속터미널 경부선 6번. 포항으로 가는 버스가 정차해있다. 포항으로 향하면서도 "정말 가는 건가, 그냥 축구보러?"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스스로도 우리가 이상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발하다. 물론, 축구와 함께.

28일 고속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그래서 미리 10시 즈음에 만나 축구의 친구, 치맥을 먹으면서 머지사이드 더비를 보기로 했다.(머지사이드 더비, 잉글랜드 최고(最古)의 더비) 요즘 콥들한테 욕 꽤나 잡숫고 계시다는 제라드가 프리킥 골을 기록했고 자기엘카가 후반 막판에 동점골을 기록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에 달아오른 축구 이야기에 우리는 또 각자의 축구관을 공유한다. 모 선수는 어떤 점이 좋다느니 나쁘다느니, 어떤 선수는 직접 같이 축구를 해본 사람의 이야기에 의하면 절대로 막을 수 없다더라는 축구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었다. 그리고는 시간이 다 되어 버스에 올랐다.


태어나고 심야 버스를 타보기는 처음이어서 설렘이 더했다. 다음 날 일정을 위해 잠을 자야 했지만 잠에 쉽게 들 수 없었다. 머지사이드 더비에 이어서 아스널 대 토트넘의 북런던 더비가 중계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겹게 축구를 봤다. 어둠 속에 펼쳐지는 북런던 더비는 졸음 때문이었는지 크게 집중할 수는 없었다. 전반 중반 자연스레 잠이 들었고 눈을 떠보니 어느덧 포항에 도착해 있었다. 푹 잔 것 같았지만 손발이 퉁퉁 부어있었고 많이 피곤했다. 마치 브라질까지 가는 데 걸린 30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브라질 땅을 밟았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브라질에 첫 발을 디뎠을 때와 마찬가지로 포항에 도착했다는 설렘에 기분이 좋았다.

막상 내리니 피곤하고 할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가장 가까운 찜질방을 찾아 몸을 뉘였다. 새벽 4시반의 포항 고속버스 터미널. 막상 내리니 피곤하고 할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가장 가까운 찜질방을 찾아 몸을 뉘였다.

-진짜 포항에 도착하다.


우선 더 자야 했다. 지도 어플을 켜고 무작정 '찜질방'을 검색했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한 피로에 몸을 뉘일 곳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정말 가까운 곳에 찜질방이 있었고 그곳에서 무작정 옷 갈아입고 드러누워 한참을 잤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이미 10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요즘 우등버스가 아무리 좋다지만 우등버스에서 자는 잠은 누워 발뻗고 자는 것보다는 당연히 더 불편했다. 게다가 많이 피곤했는지 얼굴은 개기름으로 번들거렸다. 우리는 일어나 지난 밤 얼굴을 잠식한 무지막지한 기름을 씻어내고 말끔한 상태로 길을 나섰다. 새벽에 본 것과 달리 밝은 포항의 거리는 밤보다 쾌적하고 좋았다.


포항과 전북의 경기가 오후 2시에 시작했기 때문에 점심으로 포항에 가면 먹어야 하는 음식, 물회를 먹으러 나섰다. '인터넷에서 많이 언급된 가게가 가장 맛있는 가게일 것이다'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방문한 가게였지만 우리가 마주한 것은 '매주 일요일은 휴업'이라는 허무한 팻말 뿐이었다. 한참 입맛을 다시며 물회 거리가 있다는 죽도 시장으로 향했다. 간밤 장시간 버스를 탄 탓에 허기짐이 더해서였는지 맛집보다는 빨리 들어가 물회를 '호로록' 흡입하고픈 생각뿐이었다. 죽도 시장 안의 물회 거리에서 가장 맛있는 물회를 팔 것 같은 가게를 찾아 들어갔다. (사실은 그냥 처음 보이는 데로 들어갔다. 그만큼 배가 고팠다.)


나의 아버지는 이런 말씀을 하시고는 했다. "회는 초장 맛이다"이 물회야 말로 그 말씀이 정말 딱 들어맞는 음식이 아닌가 한다. 그렇게 맛을 음미하며 물회를 밥까지 말아서 먹고 식사를 마쳤다.


 

"회는 초장맛이다"라는 아버지의 말씀을 떠오르게 한 물회. "회는 초장맛이다"라는 아버지의 말씀을 떠오르게 한 물회.

-축구 여행의 하이라이트, 축구


식사를 마치고 거리로 나섰다. 경기장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이제 다시 여행의 본 취지로 돌아와서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K리그 클래식 최정상들의 대결, 그러니까 1위 전북과 2위 포항의 경기가 약 한시간 남은 시점이었다. 게다가 그 경기가 열리는 곳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축구 보기에 적합한 구장가운데 하나라는 포항의 축구 전용 구장 스틸야드이기에 그 설렘이 더했다. 경기장에 보다 더 빨리 도착하기 위해 택시로 이동했다. 제철소의 굴뚝이 보이면서 곳곳에서 포항스틸러스의 엠블럼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렇다. 스틸야드에 도착한 것이다.

경기장 북쪽의 광장. 아이들을 위한 뽀로로 놀이기구와 신광훈, 황지수 선수의 싸인회가 열리고 있었다. 경기장 북쪽의 광장. 아이들을 위한 뽀로로 놀이기구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포항의 신광훈, 황지수 선수의 싸인회가 열리고 있었다.

스틸야드 앞에 도착하자 '홈경기가 열리는 날이구나'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많은 차로 주차장은 북적거렸고 포항의 검붉은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주말에 친구들과 가족들과 손잡고 홈경기를 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햇살 좋은 선선한 가을날에 축구를 본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곳이 선수들을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축구전용구장이고 그곳에서 높은 수준의 경기가 펼쳐진다면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다. 이날의 시합, 포항과 전북의 경기가 딱 그랬다.


http://www.youtube.com/embed/p8witOf4zSk

(전북 레오나르도의 프리킥 골. 포항에겐 아쉬운 실점이었지만 멋진 프리킥이었다.)


?두 팀의 경기는 정말 명불허전이었다. 리그 최정상의 두 팀이 맞붙는 경기답게 90분 내내 좋은 찬스가 많이 만들어졌고 두 팀 모두 두 골씩 기록하며 2 대 2로 마무리되었다. 전북과 포항 가운데 어느 팀의 팬도 아닌 우리는 2 대 2로 팀을 나누어 포항과 전북을 응원하고 그걸로 저녁 내기를 했다. 가장 재미있는 축구경기는 토토를 한 경기라고 누군가 했던가, 어느덧 두 팀을 내팀인 양 미친듯이 응원하고 있었고 그래서 더욱 이 경기가 재미있었다.


?특히나 1 대 2로 포항이 뒤지던 후반 막판, 전북의 이승현이 만들어낸 완벽한 찬스를 이동국이 놓치고 만다. 포항을 응원하던 2명은 기쁨에 날뛰었다. 그때도 그렇게 기뻤을진데 모든 걸 포기해가던 후반 94분 50초 즈음에 포항의 강수일이 극적인 동점골을 기하했을 땐 어땠겠는가. 포항을 응원하던 2명은 목이 쉬어라 소리를 지르고 서로를 얼싸안았다. 이게 축구보는 재미지 싶었다. 주어진 추가시간이 다 마무리되고 주심이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불었다. 그 순간 선수들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듯이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양팀 모두가 얼마나 열심히 경기에 임했는지를 말해주는 장면이었다.


?그렇게 경기가 끝이나고 재미있는 장면이 있었다. 홈팀 포항의 서포터들이 '이동국'을 연호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유인 즉, 후반 막판 이동국이 놓친 완벽한 찬스 덕에 포항이 동점골을 넣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흥이 오른 홈 관중들은 이동국을 함께 연호하기 시작했다. 포항이 친정인 이동국은 마냥 씁쓸했을 것이다.

많은 추억을 남긴 포항으로의 축구여행. 다음에는 광양, 전주 그리고 제주까지 가보려고 한다. 재미있는 축구가 펼쳐지는 곳이라면 말이다. 많은 추억을 남긴 포항으로의 축구여행. 다음에는 광양, 전주 그리고 제주까지 가보려고 한다. 재미있는 축구가 펼쳐지는 곳이라면 말이다.

-여행을 마치며...

1박 1일 짜리 짧은 여행이었지만 국내 축구 여행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다는 점에서 굉장히 재미있었다.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다. '축구'라는 주제의 여행을 말이다. 도시에서 벗어나 다른 곳을 다녀보는 것은 일상을 잊게 해준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에게 '힐링'이 된다. 그런데 거기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열광할 수 있는 축구경기를 보는 것이 더해지면 여행이 더 풍성해질 것이다. 펜션을 찾아 삼겹살을 굽고 술을 한 잔 걸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다른 지역의 축구장을 찾아 경기를 보는 것도 주말을 풍성하게 보내는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전하고 싶다.


9/28에 열린 포항과 전북의 경기 하이라이트를 첨부하며 글을 마친다.

http://www.youtube.com/embed/lM6ODjQ15AQ

 

 

 

copy_cc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