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의 풋볼레터 #4] 당신이 바라는 축구단은 어떤 것인가요? (이랜드 서울축구단 팬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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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의 풋볼레터 #4] 당신이 바라는 축구단은 어떤 것인가요? (이랜드 서울축구단 팬포럼)
  • 발행 2014.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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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에게,

미국을 여행하던 중에 시애틀에 방문했을 때의 이야기로 편지를 시작하고자 한다. 시애틀의 미식축구팀인 시호크스(Sea hawks)가 그 시즌 리그를 우승한 시점이었다. 내가 시애틀에 도착한 다음 날, 시애틀 시내의 거리가 마비되었다. 이유인즉, 팀 우승 퍼레이드가 시내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11시부터 시작될 퍼레이드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이 기차를 타고 혹은 걸어서 시내로 향했다. 그리고는 퍼레이드가 시작될 때까지 특별할 것도 없는 응원구호를 외치며 몇 시간을 그렇게 ‘하나되어’즐기는 모습을 보았다. 그 누구라도 ‘SEA!’를 외치면 모두가 같이 ‘HAWKS’로 화답하고 이를 반복하는 식이었다. 시작 전이 그러했을 진데 퍼레이드에서 느낀 열기는 정말이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퍼레이드를 기다리는 시애틀 시호크스 (SEA HAWKS)팬들의 모습. 2월이라 추운 날씨였지만 이곳의 열기는 후끈했다. 퍼레이드를 기다리는 시애틀 시호크스 (SEA HAWKS)팬들의 모습. 2월이라 추운 날씨였지만 이곳의 열기는 후끈했다.

이 열기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제와 생각해보건대 그건 ‘나의 팀’을 가진 사람들이 느끼는 우승에 대한 기쁨과 서로가 같은 팀을 응원하고 있다는 유대감이었을 것이다. 이 점이 프로스포츠에서 어떠한 팀을 응원하게 되는 데에 큰 원동력이 아닐까? 많은 벗들의 바람은 ‘이러한 구단을 우리나라에서도 보고 이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여러 벗들이 좋아하는 리버풀 팬들이 안필드에서 ‘You will never walk alone’을 열창하는 모습처럼 말이다. 이러한 구단을 만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 팬들과 소통하려는 자리를 만들었기에 소개하려 한다. 바로 지난 2일에 열린 ‘이랜드 서울축구단 팬포럼’이다. 이날 팬포럼에는 '박펠레' 박문성 축구해설위원, 한화그룹 스포츠 마케팅 담당 박찬혁 부장 그리고 서호정 축구전문기자가 참여해 그 열기를 더했다. 창단 주체 측이 밝힌 이랜드 축구단의 비전과 여기에서 참석한 ‘팬들이 바라는’ 구단의 모습에 대한 의견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러한 순서로 진행되었다. 토론의 열기로 첫번째 쉬는 시간은 생략되었다. 이러한 순서로 진행되었다. 토론의 열기로 쉬는 시간은 거의 생략되었다.

팬을 통해 그리고 팬을 위해 수익을 내려는 구단
?(이랜드 축구단이 무엇인지 모를 벗들을 위한 링크: https://www.facebook.com/esfcproject?fref=ts
좋아요 누르면 여러 소식을 받아볼 수 있다.)


우선은 구단의 창단 준비과정과 앞으로의 비전을 소개하는 자리가 있었다. 많은 벗들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랜드 축구단은 현재 감독 선임까지 마무리를 했다. 이영표 해설위원의 추천이 영향을 주었다는 바로 前 벤쿠버 화이트캡스 감독인 마틴 레니 감독을 선임했다. '팬을 위해서라면 경기에서 지고 있는 후반에 벤치까지 내려와 마이크를 들이미는 리포터의 무리한 인터뷰 요구에도 응하는 감독'이라는 것이 선임 이유였다. 그리고 '어느 위치의 팀을 맡든 그 팀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 능력의 감독'이라는 것 또한 선임의 이유라고 밝혔다. 무엇보다도 팬을 위한 임무를 잘 이해하는 감독을 선임했다는 점을 들어 앞으로도 계속해서 ‘JUST FOR FAN’, 그저 팬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더 강조했다.


그리고 팬을 위하여 노력하려는 이유로 이해가 되었던 점은 ‘Professional’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즉, 다시 말해 팬을 만족시키고 더 많은 사람들을 팬으로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이야기다. 이는 관중이 곧 산업의 본질이자 성장의 원동력인 프로스포츠라는 오락산업에서 굉장히 당연한 이야기다. 헌데 돈을 벌고 팬을 더 모으겠다는 구단의 발표가 반가운 것은 ‘수익’과는 거리가 멀었던 우리네 축구 판의 슬픈 현실을 바꾸어 갈 새로운 모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키웠기 때문이다. 성적에 구속되지 않고 팬들에게 ‘애인처럼’ 가까운 구단이 되겠다는 포부에 ‘아빠미소’가 지어졌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풋볼리스트S 'K리그 머니게임...'의 재구성?by야축동대장)

무료로 제공된 간식들. 맛있었다. 무료로 제공된 간식들. 맛있었다.

?우리가 바라는 구단의 모습은


구단의 창단 비전 등을 소개하고 본격적으로 팬들과 함께 하는 본격적인 팬포럼이 진행되었다. 주제는 ‘올바른 팬 문화에 대한 의견’과 ‘구단 명칭과 상징’이었다. 특히 올바른 팬문화에 대한 토론에서는 사회자가 팬들의 열기에 약간은 당황하는 기색도 있었을 정도로 예정되어있던 중간 쉬는 시간을 다 써가며 토론이 진행되었다. 특히나 국내축구 팬문화를 이야기하면서 가장 ‘뜨거운 감자’인 서포터즈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패널들과 팬들 모두의 많은 의견으로 열기가 더해졌다. 물론, 모든 의견들이 모두 중요하고 독창적인 것들이었지만 그 가운데 인상적이었던 몇 가지 의견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팬포럼 발표시간에 나온 의견과 쉬는 시간에 듣게 된 의견 모두 소개한다.)


?-안영택: 요즘은 직장인들도 일주일이나 한 달에 하루씩은 정시퇴근하는 날이 있다. 그리고 이랜드 축구단이 사용할 잠실 주경기장은 아파트 촌과도 매우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이 두 가지가 잘 조화된다면 가족 관객들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아이들을 데려가기에 적합한 ‘가족친화적’ 문화가 형성되어야 할 것 같다. 아이들은 경기장에 가면 매우 좋아하기 때문이다. 아빠, 엄마는 아이가 좋다는데 가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최승혁: FC서울 팬이다. 서포터에 가입해서 활동하고 있지만 일반팬들이 따라 부르기에는 응원가들이 너무 어렵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경기장에서 더 좋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야구장의 응원가처럼 모두가 다같이 부를 수 있는 노래였으면 한다. 예를 들어 제가 구체적인 의견을 내자면 ‘행진’같은 노래가 굉장히 적절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김한희: 안영택씨 생각과 기본적으로 맥을 같이 한다. 저는 서포터즈가 일반 팬과 더 어우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족관객이 경기장을 찾게 되면 그냥 친구 4명이 방문하는 것보다 더 많은 지출을 하게 된다고 보기 때문에 가족관객들을 더 생각했으면 한다. 저번에 아내와 ‘슈퍼매치’를 보러 갔었는데 동측과 서측에 앉은 일반 관중들은 모두 좌우를 보면서 ‘누가 응원 잘하나’만 보게 되었다. 조금 더 일반관중들이 경기장 안에서 응원의 주체가 되었으면 한다.



 

이 외에도 멋진 팀을 만들기 위한 의견들이 정말 다 적지 못할 정도로 쏟아져 나왔다. 의견을 발표한 팬들 가운데 가장 많은 의견이 나왔던 것은 아무래도 ‘경기장의 분위기’였다. 그 중에는 여러 종류의 축구팬들이 있었지만 그들이 한 목소리로 말했던 것은 일반팬과 응원석의 서포터즈들의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야만 서포터즈들이 바라는 ‘전관중의 서포터즈化’가 가능할 것이고, 경기장을 처음 찾거나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경기장의 분위기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새로 생길 이랜드 축구단뿐만 아니라 기존의 모든 구단들이 떠안고 가야 하는 문제이다.

팬포럼을 위해 모인 많은 팬들. 팬포럼을 위해 모인 많은 팬들.

-팬들이 만들어가는 ‘애인 같은’ 축구구단


단체사진이라도 한 번 찍어본 벗들은 자신이 사진에서 어디에 나왔는지를 찾으면서 뿌듯함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단체사진이라는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되는 매체에 자신이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다. 그렇기에 다들 TV에 출연하면 ‘엄마 나 TV나왔어’를 외치는 것 아니겠는가. 하물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축구단의 정체성 형성에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는 경험은 TV에 출연하는 것 이상으로 짜릿한 경험일 것이다.


이랜드 축구단이 지향하는 팬의 의견을 듣겠다는 모습에 전적으로 찬성한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팬 스스로가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는 모습을 보면서 ‘구단=나’라는 팀에 대한 애착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둘째, 무엇보다도 팬의 의견이 반영된다는 것은 팬의 관점에서 편의가 존중되기에 더 많은 팬들을 불러모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팬이 모인 축구장에는 더 많은 팬이 모이기 마련이고 그것만큼 매력적인 컨텐츠는 없을 것이다.


팬들의 바람대로 이랜드 측이 직장인이든 학생이든 휴가나온 군인이든 ‘나의 팀’이 경기를 하는 날에 잠실 경기장에 모여들어 시애틀의 시호크스 팬들이 그러했듯이, 하나가 되어 응원을 하고 일상의 모든 스트레스를 풀고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웃으며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구단을 만들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것이 프로스포츠의 본질적 순기능이기 때문이다.


아직 해온 것보다 해야 할 것이 많다고 말하는 상황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기대가 더 큰 것은 그들이 팬들의 의견을 듣고자 하는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서호정 기자의 말대로 이랜드 축구단 창단이 절망적으로도 보이는 대한민국 축구 판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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