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always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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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always PARK?
  • 야동말고 축동
  • 발행 2014.06.16
  • 조회수 1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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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월드컵이 개막하고 날마다 재밌는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 벌써 월드컵 4일차인 현재,?무승부 결과가 단 한 경기도 안나올 정도로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이어지고 있다. ?4년에 한 번 오는 이 즐거운 축제를 단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새벽마다 월드컵 경기를 챙겨 보느라 낮에는 몸이 무겁다.


수요일 아침이면 드디어 우리나라도 카펠로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와 조별 예선 1차전을 치른다. 월드컵에 출전할 홍명보호의 23명 명단이 발표된 직후, 그리고 지금까지도 선수 선발에 대해 말들이 많다. '홍명보의 아이들', '원칙을 무시한 선발' 등 홍명보호를 응원하기보다는 비판하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비판의 중심에는 '홍명보의 남자'라고 불리는 박주영이 있다.


 

 

왜 항상 박주영인가?


최근 1 ~ 2년 동안 박주영은 대통령만큼 욕을 먹었다. 입대를 기피하고 있는 국가대표 선수, 학연으로 선발된 국가대표 선수, 뛰기 싫어하고 프로 구단에 뒤통수를 치는 프로축구 선수, 그를 따라 다니는 꼬리표들이다.


박주영에 관한 인터넷 기사나 댓글을 보면 말 그대로 박주영은 '죽일 놈'이다. 이 '죽일 놈' 박주영이 국가대표 선수로 브라질 월드컵에 나간다. 이대로라면 박주영은 브라질 월드컵에서 잘하면 본전 못하면 국가대표 은퇴를 결심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 '죽일 놈' 박주영은 왜 많은 사람들에게 독한 비난을 받는 것일까? 박주영이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을까? 축구전문가도 아닌 예비군 2년 차에 불과한 대학생이 욕먹는 '죽일 놈' 축구선수 박주영을 옹호인 듯 옹호 아닌 옹호 같은 글로 옹호하려 한다.


 

1. 군대


일단 칼럼과 동영상을 하나씩 보자.


김현회 - ?박주영은 '국가대표' 자격이 없다(←click)

 

박주영 기자회견 (with 홍명보)

 

박주영은 약속을 지켰다. 군 입대 연기 논란으로 올림픽 축구대표팀에 뽑히지 못할 듯 보였다. 올림픽과 상관없이 군입대를 하겠다는 약속과 "박주영이 군대를 안가면 내가 가겠다"라는 홍명보 감독의 보증으로 박주영은 올림픽 대표에 뽑혔다. 보증인과 피보증인은 보란듯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가져왔고, 박주영은 병역혜택을 통해 4주간의 군사훈련을 받았다. 이로써 박주영은 대한민국 남자로서 가장 중요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했다.


박주영의 '군 입대 연기'를 옹호할 생각은 없다. 박주영의 군 입대 연기 선택은 섣부르고 안타까운 선택이었다. 물론 그의 선택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얗게 불태울 수 있는 20대 시절, 한 살이라도 젊은 나에게 10년 동안 군대를 미룰 수 있는 유혹이 온다면 나도 쉽게 뿌리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박주영의 선택을 이해'는' 한다.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생각하는 '공인' 개념이 박주영의 군 입대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과 이해 정도를 가릴 수 있는 지표라고 본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공인이 행하는 행동이 위법이 아닐지라도 부도덕적이고 타당하지 못한 행동이라면 걱정을 넘어 분노한다. 그리고 언론과 여론은 공인으로서 해야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한 당사자에게 비판과 동시에 비난을 퍼붓는다. 이렇듯 공인의 책임감과 도덕성, 그리고 신뢰를 중요시하는 우리나라에서 국가대표 축구 선수는 철저한 '공인'이다(공인에 대한 정의와 사회적 개념에 대한 개인의 생각이 각자 다르기 때문에 '공인'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겠다).


우리가 축구선수 박주영에게 사람마다 개념이 다른 공인이라는 애매모호한 감투를 씌워 도덕적 책임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박주영을 공인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박주영은 자기 자신이 공인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박주영을 대한축구협회 소속의 축구선수로 볼지, 국민의 사랑과 기대감을 가지고 나라의 녹을 먹고 사는 '공인'으로 볼지는 사람마다 다르다(대한축구협회는 세금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국가대표로 박주영이 뽑혀도 국가의 녹을 먹을 수 없다.).


나는 축구선수를 공인으로 보지 않는다. 그래서 박주영을 옹호할 수는 없지만 비난하거나 욕하고 싶지도 않다.


박주영의 군대 문제로 인한 비난 댓글을 볼 때마다 야구선수 추신수가 떠오른다. "추신수 대신 군대 가겠다.", "미국에 귀화해도 욕하지 않겠다." 등의 비교적 너그러운 여론의 시선이 추신수에게 향했던 기억이 있다. 추신수와 박주영을 단순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박주영도 한 때는 대한민국의 축구 천재, 월드컵 16강을 이끈 프리킥의 주인공, 잉글랜드 명문팀 아스날에 입단 등 대한민국의 축구 스타였다. 그러나 그의 군 문제를 향한 여론의 너그러운 시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2. 뒤통수


"박주영이 어린 시절(유소년 시절) 받았던 포항스틸러스의 지원과 호의를 저버리고 고려대에 입학했다. 그리고 FC서울로 갔다. 그래서 K리그의 드래프트 제도가 부활했고 포항은 박주영의 모교에 대한 지원을 끊었다."

대표적인 박주영의 뒤통수설이다.


이 '박주영 뒤통수설'의 진실은 나보다 더 나은 글을 쓰는 서호정 기자의 칼럼으로 알 수 있다.


<카더라수사대4> 박주영은 정말 포항을 배신했었나요?(←click)

 

3. 앞통수


릴과의 메디컬 테스트만 남겨놓고 아스날로 이적해 버린 박주영.


이 일을 통수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이유없이 박주영이 싫은 것은 아닐까? 조금만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본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중소기업의 마지막 면접을 남겨두고 있는 당신에게 대기업 S전자의 사장이 같이 일하고 싶다고 한다면 당신의 선택은?


프로 축구선수가 돈을 선택할 수도 있고, 안정적인 구단을 선택할 수도 있고, 유명하고 큰 구단에서 선수생활을 걸고 도전할 수도 있다. 축구 선수의 권리이자 자유이다.


릴과의 계약 무산으로 화나고 분노해야 할 사람은 릴의 회장이었던 미쉘 세이두라는 사람이지 우리가 아니다. 우리는 우리나라 선수 박주영의 선택과 도전을 존중하고 응원해 줘야 한다(물론 우리나라 선수를 응원하고 존중하는 건 의무도 권리도 아니다).


 

4. 학연


우리나라의 4대 緣(연) ‘학연, 지연 , 혈연 그리고 흡연' 중 학연에 박주영의 꼬리가 잡혔다.


감독과의 학연으로 박주영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나가게 됐다고 한다. 학연을 들먹이며 박주영을 욕하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근거는 무엇일까? 홍명보 감독과 박주영이 같은 고대 출신이라는 점? 광저우 아시안 게임, 런던 올림픽, 그리고 이어서 브라질 월드컵까지 큰 대회마다 박주영을 차출한 점? 홍명보 감독이 박주영을 학연으로 뽑았다는 것에 대한 명확하고 간결한 근거는 없다. 이러한 근거 없는 비난들은 홍명보 감독이 스스로 원칙을 깬 점을 비판하고 싶어서 박주영과 홍명보 감독을 학연으로 엮어 어떻게든 한 번 트집을 잡아보려는 의도로밖에 안보인다.


이번 대표팀의 명단 중 고려대 출신은 박주영 한 명뿐이다. 만약 차두리까지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에 선발됐다면, '고려대 커넥션', '홍명보가 자기 대학 후배들을 대표팀에 꽂아줬다' 등 원색적인 학연 드립이 조금이라도 더 타당성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참고할 만한 칼럼이 있다. 영국인 유명 축구 칼럼니스트 존 듀어든이 박주영과 학연에 대해 쓴 글이다. 다들 꼭 봤으면 좋겠다. (듀어든은 고대 출신이 아니다. 샘 해밍턴이랑 혼란스러워하면 곤란하다.)


듀어든 - 박주영 발탁, 고대 학연과는 무관하다(←click)

 

5. 종교


 

박주영은 경기에서 골을 넣은 후 기도 세레모니를 한다. 만약 스님이 박주영의 세레모니를 본다면 절에서 찬송가 부르는 사람을 목격한 기분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스님들)은 박주영의 기도 세레모니를 보고도 이런 극단적인 기분은 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스님들은 자비롭다).


세레모니를 하는 박주영을 보고 "아 저 선수의 종교가 기독교라 세레모니로 기도를 하는구나" 또는 뎀바 바의 절 세레모니를 보고 "뎀바 바는 알라신을 믿는 이슬람교 신도구나"라는 이 정도 생각에 그치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의 반응이 아닐까? 무엇이 박주영의 기도 세레모니를 예민하게 받아들이게 하는지 모르겠다. 월드컵을 시청하는 외국인들이 대한민국을 기독교의 나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 불안감이 박주영의 기도 세레모니를 비난하는 진정한 이유일까?


종교적인 시선 없이 박주영의 세레모니를 바라본다면, 말 그대로 골 넣고 기뻐서 기도하는 장면에 불과하다. 세레모니를 가지고 욕할 바에야 차라리 "스트라이커가 왜 저걸 못넣어? 나도 넣겠네!"라고 하자. 축구 볼 때는 정치 이야기, 종교 이야기 하지말고 축구에 관한 이야기만 하자.


 

 

그래도 왜 항상 박주영인가?


AS모나코에서 아스날로 이적 후 박주영의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미미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가대표로서의 박주영은 특별한 부진없이 꾸준한 활약을 보였다.


 

2010 남아공 월드컵 나이지리아전 프리킥 골.
박주영의 이 골로 대한민국은 첫 원정 16강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영원한 라이벌 일본의 기를 눌러버리는 박주영의 선제골.
일본을 꺾으며 대한민국 축구의 자존심을 지켜준 것과 더불어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획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소속팀에서의 부진으로 논란 속에 치른 그리스와의 평가전.
깔끔한 선제골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고,
국민들의 논란을 불식시켰다.


 

2012 런던올림픽 4강 대한민국 vs 브라질
3:0으로 끌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투입된 박주영.
경기 내용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패배감에 젖어있는 동생들에게
'포기하지마'를 외치며 경기장으로 나서고 있다.
젊고 패기 있지만, 월드컵 경험과 노련미가 부족한 대표팀에게 박주영의 존재는
코트디부아르의 드록신같은 존재가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냥 너를 응원하겠다.


박주영은 최근 인터뷰에서 “국민들의 비난을 알고 있다”고 말하며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문제들을 알고 있다고 했다. 너그러이 봐달라고 국민들에게 부탁 아닌 부탁까지 했다.


박주영을 축구선수가 아닌 인간 ‘박주영’으로 바라보자. 우리도 박주영에 대해 하고 싶은 말과 할 이야기가 많은데 본인은 얼마나 하고 싶은 말도 많고 할 이야기도 많을까?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실력으로 보답하고자 하는 박주영을 기다려 보자.


박주영의 선수 생활도, 그의 월드컵도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은 브라질 월드컵 대한민국 대표 박주영을 응원할 때다. 박주영이 골 넣고 16강, 8강가는 생각하며 김칫국 한 번 야무지게 먹어보자.


나는 대부분의 축구선수들을 동경하고 좋아한다. 그들의 축구에 대한 노력과 열정 그리고 지식은 아마추어인 내가 따라갈 수 없다. 엘리트 축구선수 출신인 내친구 ‘정인혁’이 축구에 대해 말할 땐 난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이렇듯 축구를 배우고, 노력을 통해 프로 선수가 된 축구선수는 ‘축구 전문가’이다.


박주영은 축구 전문가 ‘축구 선수’이다. 박주영이 하는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나태하고 이기적인 모습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박주영에게는 축구선수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박주영의 몸부림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우리가 그를 비난하고 욕하는 것이 타당하고 옳은 행동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시간이 흘러 힐링캠프에서 박주영의 “썰”을 들을 수 있는 날을 학수고대한다. 그 때까지 나는 축구 선수 박주영을 시간을 두고 기다리며 응원할 것이다.


 

written by 고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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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야축 특파원

축구를 떠드는 시크한 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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