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광, 그 자체에 열광하라
상태바
열광, 그 자체에 열광하라
  • 야동말고 축동
  • 발행 2014.04.08
  • 조회수 1995
이 콘텐츠를 공유합니다
w

창간특집 : K리그 평관 2만을 위해 야축특파원이 고한다. - ①


CC BY 2.0
저작자 wonker, flickr

 

뉴욕 여행을 갔을 때, 재즈바에 들른 적이 있다. 그저 이어폰을 통해 음반으로만 접하던 재즈와 달리 현장에서 느낀 재즈는 소리 뿐 아니라 연주자의 표정과 흔들거리는 청중들의 반응 모두가 섞여 만들어지는 황홀한 것이었다. 이러한 짜릿한 경험은 우리가 직접 축구를 가까이서 보는 것과 비슷하다. 학창시절 반 대항 축구시합을 떠올려보자. 수준은 비록 떨어지는 경기지만 우리를 미치도록 흥분 시키는 것은 선수들의 뛰는 모습을 생생하게 본다는 현장감과 한 목소리로 우리 반 대표를 응원할 때 느끼는 소속감이다.


?

경기의 현장감을 잠재 고객에게 노출 시키자

?

프로축구 구단은 이를 고려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한다. 물론 피치에서 펼쳐지는 경기 그 자체가 구단의 핵심 컨텐츠지만, 관중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열광적인 분위기가 그 상품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경기장의 뜨거움을 잠재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때 더 많은 관중을 경기장으로 불러올 수 있을 것이며, 그것이 구단이 기꺼이 주말 2시간을 위해 티켓 값을 지불한 관중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멋진 가치가 될 것이다.


?

사실 평균 관중수가 만 명이 넘는 몇몇 구단을 제외하고는 경기장의 뜨거운 분위기를 전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일단 K리그의 구장들이 관중 수에 비하여 지나치게 커서 썰렁한 분위기가 형성된다는 것이 하나의 큰 문제점이다. 그렇다고 구장의 규모를 작게 해서 경기장을 다시 지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여기 경기장을 다시 짓는 번거로운 일을 하지 않고, 작은 노력으로도 경기장의 열광적인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

경기장 관중석의 2층 또는 반대편을 스폰서 현수막으로 막고, A보드를 관중석 쪽에 배치하자. 관중들이 한 쪽에 몰려 앉도록 관중석을 조절하고, 관중들이 앉는 좌석 반대편에 중계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이다. 중계 화면에 잡히는 경기장은 관중들로 꽉 들어차, 그들의 열기로 가득한 모습이다. 그리고 경기를 중계로 보는 이들은 경기장의 열정적인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느낄 수 있다. 현장 관객에 대한 A보드 노출은 줄어들겠지만 대형 현수막이 이를 대체할 수 있고, A보드는 중계를 통해 노출됨으로써, 축구를 중계로 보는 이들에게 효과적으로 스폰서를 노출시킬 수 있다.

부천FC를 찾은 스텔라를 가까이 보고 싶었지만,
건너편 군인들도, 나도 만족할 수 없었다.

?관중석 조절로 취할 수 있는 이득은 또 있다. 하프타임 때 가수들의 공연이나 기타 다른 퍼포먼스가 있을 시, 보통 경기장 한가운데에서 공연을 한다. 하지만 경기장 한가운데에서 하는 공연은 관중석에서 봤을 때 꽤 멀기 때문에 공연을 제대로 즐기기가 힘들다. 관중들이 한 곳에 몰려 있다면, 가수는 관중들과 가까운 곳에서 공연을 할 수 있고, 관중들은 축구 경기뿐만 아니라 하프타임까지 즐길 수 있는 경기장의 매력에 푹 빠질 것이다. 또한 관리해야 하는 경기장의 범위가 반으로 줄기 때문에 관중석에서 일하는 현장 스탭 인력이 절반으로 감소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현장 분위기는 살리면서 인건비는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다.


?

실제 미국 프로 리그의 벤쿠버 화이트캡스와 FC서울에서는 비슷한 노력으로 괜찮은 성과를 보고 있다. 어차피 차지 않는 스타디움의 2층 좌석들을 페인팅이나 팀의 색에 맞는 천막으로 가리고, 관중들은 모두 1층에 몰아 앉게 함으로써, 적은 관중으로도 경기장의 긴장감을 극대화시켰다. 뿐만 아니라, 티켓의 희소성이 높아져서 예매율이 증가하는 효과까지 보아, 팬들의 티켓 수요를 촉진시키기도 하였다.


밴쿠버 화이트캡스가 2층 관중석을 천막으로 막는 이유는 단순히 1층에 사람들을 모으는 것만은 아니에요. 궁극적인 목표는 Ticket Sold-Out입니다. 매진되는 경기가 늘어야 시즌티켓 구매율이 높아지거든요


- Andrew Yoo, Vancouver Whitecaps FC Finance Team



 

 

열광적인 분위기를 위해 소속감을 강화시키자

 

팀에 대한 소속감이 생기면 그 사람이 느끼는 현장감은 배가 된다. 열광적인 현장 분위기를 전달하는 관중들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소속감을 증대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경기장 안에서의 노력으로 서포터 응원과 일반석 응원이 일치화되어야 한다. 응원석 일치화는 앞에서 언급한 관중석 조절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경기장에 온 관중들이 한 곳에 몰려 있게 함으로써, 서포터석에 앉지 않은 관중이라도 그들과 쉽게 함께할 수 있을 것이고, 응원하는 분위기에 취하여 즐겁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해외축구 유니폼보다는 K리그 유니폼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이들이 늘었으면 좋겠다.

?경기가 끝난 후, 팬이 된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구단 물품이다. 현재 K리그 구단들 팬샵에 파는 물품들은 대부분 휴게소에서나 파는 기념품 정도의 구색 맞추기로 파는 것으로 보이는 것들이 많다. 다양한 구단 상품은 팬이 구단에 대해 흥미를 가질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 구단의 물품을 사용함으로써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이 구단의 팬임을 알릴 수 있고, 그러한 사실을 알리는 것 자체가 그 사람의 팀에 대한 소속감을 증대시키는 일이 될 수 있다.


 

경기장 밖에서의 노력으로는 구단 스스로 확실한 지역 구단임을 알리고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다. 지역사회 학교들을 찾아가 어린이들과 선수들이 직접 만나고 소통하는 프로그램이 현재에도 시행되고 있지만, 이를 강화하여 더 정기적인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켜 실시할 수 있어야 미래 소비층을 미리 잡아둘 수 있다. 이러한 시도는 구단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녹아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고, 이는 소속감이라는 중요한 요소에 영향을 줄 것이다.


 

사람은 열광 자체에도 열광한다

?

국내 야구나 영국의 EPL, 중국의 광저우 팬들이 만들어내는 열광적인 분위기, 한국 축구가 2002 월드컵 때 이룬 바 있는 붉은악마의 분위기. 팬들이 만들어내는 이러한 열정적인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상품화할 때, 그 팬들의 로열티가 증가하고 추가적인 관중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K리그는 많은 사람들의 무관심과 미디어의 냉대 속에서도 우리네 축구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국제대회에서도 큰 업적을 이루어 왔다. AFC 챔피언스리그로 개편된 이후만 보더라도 엄청나게 많은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우리의 축구다. 이런 소중한 컨텐츠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 공유하기 위해 관중석 조절 등의 실천 가능한 아이디어와 경기장을 찾아준 이들의 소속감을 고취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실행되기를 바란다.


 

written by 이지수

2014 야축 특파원

성남FC / 안녕 브로들! 축구하고 축구보는 게 낙의 전부인 이지수라고 한다.

 

 

?

잠 안올땐....... 야동말고 축동!

copy_cc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