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의 챔스 DNA는 어마무시했다.
결승전에 올라온 과정부터 우승까지 모든 게 극적이었다.
리버풀전 역시 몇 안 되는 슈팅으로 승리를 따냈다.
무려 14회에 달하는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험.
리버풀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제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식상할 정도로 많이 경험해본 선수들.
타 팀에 비하면 조금 심심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와 동시에 레알 마드리드가 우승을 거머쥐며 타 팀 팬들의 희비도 엇갈렸다.
당장 바르샤 팬들의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비단 라이벌 구단만 연관된 것도 아니다.
에버튼 팬들 입장에선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애매했다.
지역 라이벌 리버풀이 우승 못한 건 좋지만 안첼로티 감독이 잘나가는 걸 보자니 씁쓸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빤스런하며 어려움에 빠진 에버튼.
그 와중에 안첼로티 감독도 미안했는지 우승 직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에버튼은 내가 떠났을 때 행복하지 않았을 거에요."
"하지만 우리가 그들의 라이벌을 이겼으니 지금은 행복할 겁니다."
첼시 팬들 역시 속이 쓰릴 법하다.
악연으로 점철된 쿠르투아 골키퍼가 결승전에서 맹활약을 펼쳤기 때문.
그 와중에 경기 후 잉글랜드 팬들을 겨냥한 인터뷰도 선사했다.
"제 커리어를 위해 결승전에서 우승이 필요했어요."
"PL에서 뛸 때 제가 충분히 리스펙받지 못했거든요."
"좋은 활약을 펼쳤음에도 나쁜 평가가 이어졌죠."
"그래서 오늘 제가 보여줬습니다."
"잉글랜드에서 절 존중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어요"
하지만 감정 떼놓고 보면 첼시 입장에서 레알 마드리드의 우승은 나쁘지 않다.
레알 마드리드에 또 한 명의 첼시 출신 선수가 있기 때문.
2019년 여름 약 1,410억 원을 주고 레알 마드리드에 판매된 아자르.
당시 계약 조건 중 두 가지 보너스 조항이 있었다.
하나는 라리가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진출 시 315억 원 지급 조건이다.
이미 2020년 달성해 첼시는 보너스 금액을 지급받았다.
이어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거머쥐며 추가된 315억 원.
아자르 덕분에 첼시는 보너스 조항을 모두 합쳐 2,040억 원의 수입을 올리게 됐다.
하지만 정작 그 과정에서 아자르의 공로는 거의 없었던 상황.
올 시즌 챔스 역시 3경기 출전이 전부였고, 출전 시간도 83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계약 조건상 첼시는 가만히 앉아 보너스 금액을 수령하게 됐다.
첼시에게 수많은 우승 트로피, 거기에 보너스 금액까지.
진정한 첼시 레전드라 불릴 만하다.
움짤 출처 : 1차 - 'SPOTV' 중계화면, 2차 - 펨코 "오란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