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 입장에서 병역 혜택 제도는 소중한 기회다.
상무 입단을 통해 계속해서 선수 생활 유지가 가능하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누구나 이 기회를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지난 아시안 게임 당시 화제가 됐던 손흥민의 병역 혜택.
결국 해병대 훈련소에 입소하는 걸로 병역 의무를 대체할 수 있었다.
만약 국제대회 메달이 아니라면 축구선수 입장에서 최선의 방안은 상무 입단.
이마저도 불발될 경우 현역 입대를 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소개할 이 선수 역시 빠른 입대를 결정했다.
숭실대학교 2학년 시절 경찰 축구단에 입대 신청을 한 김원일이 그 주인공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상무 외에 경찰 축구단 복무 역시 가능했던 상황.
하지만 김원일은 끝내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해병대에 자원 입대했다.
20대 초반 나이에 선수 생활을 중단하고, 현역 복무를 한다는 것.
선수 입장에선 사실상 운동 포기 선언과도 비슷했다.
본인 역시 축구를 거의 포기할 생각이었다.
당시 포항 쪽 영일만 주변 해안 경비를 서며 마음도 심란했다.
그럼에도 축구 사랑은 변치 않았던 김원일.
당시 포항 스틸러스를 응원하러 포항 스틸야드에 종종 방문했다.
그리고 포항의 경기를 보며 선수 생활에 대한 열정이 샘솟았다.
이때만 해도 몰랐다.
자신이 훗날 포항 스틸야드 선수로 주인공이 될 거라곤.
전역 이후 숭실대 윤성효 감독을 찾아가 훈련에 임한 김원일.
마침내 2010년 K리그 드래프트에 참가해 6순위로 포항 스틸러스의 지명을 받았다.
자신이 뛸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그 팀.
꿈이 이뤄졌지만 그 자체로 끝은 아니었다.
이제부터 치열한 경쟁과 맞닥뜨려야 했다.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김원일.
2013년, 기어코 포항 스틸러스의 주인공으로 거듭났다.
울산 현대와 리그 우승을 두고 다툰 최종전.
종료 직전 결승골로 팀에 리그 우승컵을 안겼다.
수비수임에도 득점으로 MOM까지 선정됐다.
경기 후엔 다음과 같이 소감을 밝혔다.
이 활약으로 2013 시즌 K리그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린 김원일.
만화보다 더 만화같은 스토리가 완성된 순간이었다.
한편 김원일은 해병대 출신답게 그들을 잊지 않았다.
해병대 장병들은 홈경기 때마다 김원일에게 폭발적인 응원을 보냈다.
김원일 역시 경기 종료 때면 해병대 관람석 앞에서 인사를 하고, 먹거리를 건넸다.
그런가 하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할 때 군복을 입고 함께 응원을 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나온 역대급 장면.
2016년 3월, AFC 챔피언스리그 H조 우라와 레즈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
역시나 해병대 장병들이 대거 응원에 나섰던 날이다.
그리고 경기 후 벌어진 장관.
다함께 '팔각모 사나이'를 열창하며 우라와 원정 팬들을 압도했다.
그리고 최근 김원일이 이 영상에 남긴 댓글이다.
이후 제주와 김포시민축구단을 거쳐 2020년 은퇴한 김원일.
한때 운동을 포기하려 했던 해병대 장병.
하지만 외박 때면 나와 응원하며 다시 꿈을 키운 이 선수.
그리고 그 팀에서 영웅이 된 스토리.
이보다 더 완벽한 이야기가 어디 있을까.
현재는 에이전트와 칼럼을 연재하며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는 김원일.
그의 만화같은 스토리처럼 제2의 인생 역시 승승장구하길 응원한다.
움짤 출처 : 중계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