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저도 있어요!" 주전 골키퍼가 부상을 당하자 관중석에서 튀어나온 의문의 교체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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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 저도 있어요!" 주전 골키퍼가 부상을 당하자 관중석에서 튀어나온 의문의 교체 카드
  • 이기타
  • 발행 2022.04.09
  • 조회수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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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즐기는 방식이 신박하다.

국내 축구계를 뒤흔든 기성용의 명언.

"답답하면 니들이 뛰던지."

이 명언을 실제로 실천한 이가 있다.

 

 

1994년, 웨스트햄 수석 코치였던 해리 레드냅.

당시 3부리그 옥스퍼드 유나이티드와 프리시즌 친선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 경기에서 상대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가 겹치며 웨스트햄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홈 관중석에선 계속해서 웨스트햄 코치들과 선수들을 향해 도가 지나친 욕설이 이어졌다.

 

Daily Mail
Daily Mail

 

그 와중에 옥스퍼드의 거친 태클로 나가 떨어진 웨스트햄 공격수 리 채프먼.

이를 보고 한 웨스트햄 팬 스티브는 오히려 채프먼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일어나, 이 멍청한 자식아! 그것 밖에 못하냐?"

"니가 그러고도 프리미어리그 선수야? 쓸모없는 녀석..."

"내가 뛰어도 너보단 잘 하겠다! 당장 나와 교체해!!!!"

 

Sportskeeda
Sportskeeda

 

관중의 말은 곧 현실이 됐다.

채프먼이 경기에서 빠지게 됐고, 그 외에도 부상을 입은 선수가 네 명이나 더 있었다.

후보들을 투입해도 스쿼드가 부족했던 상황.

그러자 레드냅 코치가 라커룸을 나와 관중석으로 향했다.

"야, 너 아까 채프먼보다 더 잘 뛸 수 있다고 했지?"

 

The Sun
The Sun

 

이 질문에 스티브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당연하죠. 그 멍청한 녀석보단 제가 백 배 나을 겁니다!"

그러자 곧바로 스티브 투입을 결정한 레드냅 감독.

"좋아, 그러면 너 말을 증명해 봐. 당장 라커룸으로 가서 후반전을 준비해."

 

The Sun
The Sun

 

하지만 말과 달리 투입된 후 숨조차 못 쉴 정도로 빨랐던 경기 템포.

웨스트햄은 사실상 10 대 11로 싸우며 3부리그 팀에게 고전했다.

슬슬 스티브가 현실의 벽에 좌절하기 시작한 순간.

윙어 매티의 크로스가 스티브에게 향했고, 이 볼은 곧 골망을 흔들었다.

 

The Sun
The Sun

 

스티브의 득점으로 승리를 거둔 웨스트햄.

졸지에 "답답해서 내가 뛴다"를 이뤄내고 말았다.

훗날 시간이 흘러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재회한 두 사람.

레드냅 감독은 당시 스티비의 활약을 두고 다음과 같이 평했다.

"스티비는 그때 월드컵 MVP 못지 않았다."

 

BBC
BBC

 

그리고 최근 또 한 번 한 명의 관중이 스타로 떠오를 뻔했다.

주인공은 위건 팬 나단 콘웨이.

최근 열린 위건과 애크링턴 스탠리와 경기 직관을 위해 달려갔다.

흥미로운 건 그의 복장이었다.

 

Manchester Evening News
Manchester Evening News

 

등번호 69번(!)과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골키퍼 유니폼.

알고보니 콘웨이에겐 다른 목적이 있었다.

기회를 엿봐 교체 투입까지 꿈꾼 것.

그 순간 콘웨이에게 찰나의 기회가 포착됐다.

 

 

 

선발로 나선 아모스가 부상을 당해 쓰러진 상황.

그러자 콘웨이가 관중석 앞쪽에서 몸을 풀며 교체 투입을 준비했다.

 

 

 

바로 감독 앞까지 달려가 교체 투입을 요구한 콘웨이.

위건 벤치에서도 콘웨이를 인식했다.

 

 

 

그러자 콘웨이는 더욱 열정적으로 몸을 풀기 시작했다.

관중들 역시 콘웨이에게 응원을 보냈다.

 

 

 

하지만 아쉽게도 콘웨이의 꿈은 이뤄지지 못했다.

아모스 골키퍼가 곧바로 회복한 뒤 일어선 것.

물론 부상을 당했더라도 실제 투입까진 이뤄질 일이 없었다.

리그 경기였고, 투입 자체가 규정 위반이다.

 

Manchester Evening News
Manchester Evening News

 

그래도 콘웨이에겐 잊을 수 없는 하루가 됐다.

이 관중만의 축구를 즐기는 방식.

그 용기에 리스펙을 보낸다.

 

움짤 출처 : Manchester Eveniing News

평범함은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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