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 볼보이의 역할은 간단하다.
경기가 빠르게 재개될 수 있도록 선수에게 바로 볼을 전달하면 된다.
볼보이가 그 이상의 개입을 해선 곤란하다.
물론 홈팀을 향해 보다 신속하게 볼을 전달하는 건 어드밴티지 정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원정팀에 고의적으로 시간을 끌어선 곤란하다.
유럽에서도 종종 이와 같은 문제가 논란을 낳곤 했다.
사실 그동안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던 모습.
최근 강원과 대전의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때아닌 논란이 발생했다.
이 경기에서 볼보이를 맡았던 건 강원FC U-18 소속 강릉제일고 선수들.
유럽에서와 마찬가지로 홈팀 산하 유스 선수들이 볼보이를 맡는 건 일상적이다.
문제는 후반 들어 터졌다.
강원 측 볼보이가 대전 선수에게 볼을 주지 않았던 것.
결국 선수가 멀리까지 직접 공을 가지러 가는 일이 발생했다.
그 사이 대전의 이민성 감독은 강하게 항의하는 모습도 보였다.
분명 프로축구 매뉴얼 상에도 나와있는 볼보이의 빠른 볼 전달 의무.
물론 이 장면이 대전의 패배를 이끌었다고 보긴 무리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장면이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1분 1초가 소중한 상황 속에서 대전은 억울할 법도 했다.
어느 정도 홈 어드밴티지는 감안해야겠으나 다소 과했던 볼보이의 행동.
경기 후 대전의 이민성 감독 역시 덤덤하게 아쉬움을 표출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원정 경기라 감안은 했다."
"심판 역시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여러 팬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그건 좀 아니라 본다."
"이 역시 원정 경기니까 감안은 하겠다."
한편 최윤겸 경기 감독관은 이 상황을 두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볼보이로 나온 유소년 선수들이 하프타임 때 모여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했다."
"혹시라도 경기를 지연할 계획이 있다면 그러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볼보이는 물론이고 나중엔 들것도 늦게 들어갔다."
"일단 연맹 제출 보고서에 이 내용을 포함할 예정이다."
여러모로 볼보이를 향한 비판 여론 역시 거센 상황.
그러자 강원FC 이영표 대표는 볼보이를 감싸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볼보이 논란은 경기에 집중하느라 느끼지 못했다."
"사실 유럽의 모든 나라에서 일어나곤 한다."
"대표이사가 언급할 사안은 아니지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대전팬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K리그 일원으로 철저하게 약속된 규정과 매뉴얼을 지키도록 하겠다."
그러자 이영표의 해명을 납득할 수 없었던 대전 팬들.
"책임있는 사과"를 진행하지 않을 경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개인적으로 어느 하나 편을 들기가 어렵다.
대전 입장에서 억울한 상황이었고, 볼보이 역시 매뉴얼을 어기고 잘못한 행동이 맞다.
다만 결국 볼보이 역시 자라나는 유망주에 불과한 나이.
어린 학생에게 이정도로 과한 비난은 자제해야 하지 싶다.
( * 다시 말한다. 절대로 볼보이가 잘했다는 게 아니다. 충분히 비판받아 마땅한 행동이다. )
개인적으로 좋은 경기가 뜻밖의 논란으로 번지게 돼 안타까울 따름이다.
결국 여기서 중요한 건 볼보이를 매장시키는 게 아니다.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가 필요한 상황.
강원 측에서도 적절한 사과와 함께 깔끔한 정리가 되길 바래본다.
움짤 출처 : 'Sky Sports' 중계화면, 온라인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