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다바쳤는데..." 캡틴 '제라드'가 리버풀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숨겨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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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다바쳤는데..." 캡틴 '제라드'가 리버풀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숨겨진 이유
  • 이기타
  • 발행 2020.06.07
  • 조회수 16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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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떠날 시간이 됐다.

제라드는 리버풀의 심장 그 자체였다.

유스 시절부터 프로 생활까지 28년을 리버풀에 충성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 빅4 시절을 이끌었던 리버풀의 캡틴.

심지어 주축 선수들이 떠나고 찾아온 암흑기 시절에도 팀에 남았다.

 

 

때론 뎀바 바 사건으로 조롱도 받지만...

사실 제라드는 전성기 시절 다른 팀으로 이적해 더 많은 우승컵과 부를 거머쥘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걸 포기하고 리버풀을 지켰다.

 

 

2014-15 시즌 34세가 된 제라드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었다.

어느덧 커리어 말년을 준비하는 중이었고, 그 끝은 리버풀과 함께일 거라 믿었다.

제라드 뿐 아니라 모든 팬들이 굳게 믿었다.

 

 

하지만 리버풀에선 좀처럼 제라드를 향해 재계약 제의를 하지 않았다.

제라드는 한 달이고 두 달이고 계속 기다렸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리버풀이 계약 연장을 제시할 것이란 확신이 희미해져갔다.

제라드의 에이전트도 구단주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

다만 당시 리버풀 감독이었던 로저스는 제라드가 남길 원했다.

 

 

하지만 8월, 9월을 넘어 11월까지도 클럽에선 아무런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제라드가 꼬마였을 때부터 몸담았던 그 리버풀이 묵묵부답이었다.

그럼에도 로저스 감독은 여전히 다음 시즌 제라드를 중심으로 구상하고 있었다.

제라드는 당시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당연히 리버풀에 남을 거라고 짐작하는구나...'

 

 

11월, 드디어 리버풀 이안 에어 사장에게 연락이 왔다.

클럽이 재계약을 제안하겠다며 에이전트와 만남을 요청했다.

제라드는 이 연락을 받고 크게 기뻤다.

리버풀과 마지막 계약 성사에 큰 기대를 걸었다.

동시에 계약을 빠르게 마무리하고 축구에 전념하고자 했다.

 

 

애타게 기다리던 제라드.

미팅을 마친 에이전트가 제라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어딘가 협상이 빨리 끝난 느낌이었다.

 

 

제라드는 에이전트에게 물었다.

"어떻게 됐어요? 회의는 얼마나 했던 거에요?"

에이전트는 "15분~20분 정도"라고 답했다.

제라드는 놀라서 "겨우 15분이요?!?!"라며 되물었다.

리버풀에서 평생을 바친 제라드의 현역 생활 마지막 계약을 의논하기엔 너무도 짧은 시간이었다.

 

 

에이전트는 이어 설명했다.

"리버풀이 새 계약을 제안했다."

"하지만 리버풀 측에선 동의하든가 말든가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다."

이미 계약은 정해뒀고, 제라드는 'Yes or No'만 표하라는 것.

리버풀 측 의사가 뚜렷하니 미팅이 오래 걸릴 필요가 없었다.

 

 

당시 리버풀이 제안한 계약은 다음과 같다.

계약기간 1년 연장 + 연봉 40퍼센트 삭감 + 경기력 중심의 인센티브

 

 

인센티브 내용 자체는 좋았다.

하지만 로저스 감독은 제라드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던 바 있다.

"이제 선발 출전 수가 줄어들 거다. 평소 출전 시간을 조절하며 빅매치에만 나설 수 있도록 할 거야."

 

 

제라드 입장에선 출전 시간도 줄어들 예정인데 경기력 중심의 인센티브 제안을 받은 것이다.

평소였으면 흔쾌히 합의했을 수도 있다. 워낙 훌륭한 선수였으니까.

하지만 제라드는 당시 리버풀에 헌신하기 위해 잉글랜드 대표팀도 은퇴한 직후였다.

그런 제라드에게 리버풀은 다짜고짜 최종 제안을 했고, 그마저도 연봉 대폭 삭감이었다.

 

제라드는 이제서야 생각을 하게 됐다.

'내가 그들을 원하는 것처럼 리버풀도 날 원하진 않는구나."

'리버풀을 향한 사랑과는 별개로 난 최소한 그들이 하나는 알고 있을 거라 여겼다.'

'내가 클럽을 위해 심장을 꺼내기 위해선 아무런 이득도 필요없다는 사람이란 걸.'

 

 

제라드는 당시 이런 그림을 그렸다.

리버풀이 1년 계약 연장을 제안하고, 자연스레 코칭스태프로 합류하길 바랬다.

단순히 금전적 문제가 아니었다.

결국 제라드는 리버풀의 이 제안을 다음과 같이 받아들였다.

'남은 시간을 최대한 즐긴 뒤 새롭게 출발할 곳을 찾으란 뜻이구나.'

 

 

전성기 수많은 우승컵과 부를 포기하고 리버풀에 남았던 제라드.

어떤 대가도 없이 오로지 리버풀만을 사랑한 남자.

그의 마지막 고별 경기는 스토크전이었고, 6-1로 패하며 씁쓸하게 마무리했다.

끝까지 리버풀을 지킨 사나이, 그렇게 떠날 시간이 됐다.

 

움짤 출처 : 엠팍 "왕조는개뿔", 오유 "pepcoke", 이리오시오 "샬랄라", 인벤 "아드리아나"님

평범함은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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