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 입축구가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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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입축구가 분다
  • 최명석
  • 발행 2014.12.06
  • 조회수 1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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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야축닷컴 편집부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성남의 올 시즌 축구는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K리그 클래식에 가까스로 잔류했고, 시민구단으로 전환 후 처음으로 FA컵을 들어 올렸다. 감독이 시즌중에 바뀌기도 하며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학범신이 다시 돌아오며 명가 재건의 기초를 다진 한 해가 되었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닌 것 처럼, 그라운드에서의 축구는 끝났지만, 입축구는 계속 되고 있다. 바로 선수가 아닌 구단주인 이재명 시장이 주인공이다.

 

2103d0057910170678a78c8321e525b2 2014. 11. 23 vs FA컵 결승전 시상식 (사진: 팬즈미디어 민다은)

 


사건의 개요는 말안해도 잘 알듯이 그의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시작했다.

 










 

<사건의 발단이 된 이재명 구단주의 페이스북 게시글>


 

처음 이재명의 페북 글을 봤을 때, 성남의 강등을 막기 위해 심판들에게 압력을 넣기위한 '쇼'정도로 생각했다. 퍼거슨이나 무리뉴 등 많은 감독들이 중요한 경기 전에는 이런 식의 발언을 하기도 한다.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우리 팀 잘 봐달라고 하는 것 정도는 구단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다 생각한다. 워낙 SNS를 많이 하는 정치인이니까.

 

물론 그의 발언이 전부 옳다고 할 수는 없다.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승부조작이 있을 수 있다는 식으로 글을 쓴건 잘못이다. 딱히 증거가 명확하지도 않으니까. ACL 출전 불가 등 수위를 넘는 발언이 충분히 있었다. ?이재명 시장은 자신의 발언이 이슈가 될 것이란걸 몰랐을까? 계산된 행동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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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소 구단인 성남의 어려움을 인정에 호소했다. 오심이라는 적폐로 큰 프레임을 만들고, 그 안에 3가지 판정 시비를 버무린 그의 글은 이재명식 SNS정치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고, 축구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도 "그래 그럼 그렇지, 프로 축구, 연맹, 협회 다 쓰레기잖아", "홍명보 엔트으리 마음에 안들어했던" 사람들에겐 다시 한번 연맹과 협회를 비롯한 축구판 전체를 공격할 빌미를 제공했다.

 


잔다르크가 된 이재명은 얼떨결에, 혹은 고도의 계산으로 십자가를 짊어맨 순교자 꼴이 됐다.



 

<김세훈의 창과 방패> 심판을 범죄인 취급한 이재명 시장의 행동은 잘못됐다.


<사건에 불을 지핀 김세훈 기자의 기사>


 

이재명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들고나와 싸움을 시작했고, 김세훈을 비롯한 기자들은 연맹 규정으로 싸웠다. 상위법이 우선일 수 밖에 없지 않겠나. 이건 어쨌거나 이재명에 유리한 싸움이 되어 버렸다. 또 기자회견에서 건방진 태도를 보였다며, 다리꼬꼬 토론하지 말라고 했던 백분토론의 그것을 보여줬다. 내용은 안보고 태도를 지적한다.?싸움은 아직 진행중이지만 결과적으로 이재명은 인지도와 명분을 얻게 될 것이다. 연맹이 얻을 건 뭐가 있을까?

 

B4E7Z3LCUAEuynB 홍준표 경남지사도 이재명을 지지하며, 여야가 하나가 되는 모습을 축구판에서 보게 됐다. ... "손에 손 잡고~ "

 

 

 

 


연맹은 어설픈 경고로 이재명의 프레임에 말려버렸다. 이로서 이재명 구단주는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연맹은 이제 이재명의 항변에 대답을 해야한다. 그동안 있어왔던 오심, 판정에 불만을 토로할 수 없게 한 규정, 승부조작으로 의심받은 행동들에 대해서 명백히 해결책을 내야한다. 과거의 답습이 아니라 미래를 보여 줘야 한다. 그것만이 축구판을 하나로 만들 수 있는 길이다.

 

김현회 | 이재명 구단주의 발언, 문제도 있지만 지지한다


 

일부 사람들은 이재명이 언제부터 축구에 관심이 있었냐, 지금까지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축구판을 포퓰리즘 정치인 한 명이 망치고 있는 것 아니냐며 광분하고 있다. 그 광분의 에너지는 축구협회의 정씨집안 대물림, 파벌싸움, 오심논란 등 케케묵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힘써야 하지 않을까? 리그 관중이 줄어들거나 정체되고, 야구에 밀려 중계 자체가 없어지는 상황을 타결하는 데 힘을 모을 생각은 안하고, 지금 아주 틀린말을 하는 것도 아닌 이재명을 욕하는데 힘빼면 뭐하나. 과거의 이재명이 어떤 짓을 했고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가 말한 그것 들이 옳은지 그른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이재명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서라도 지금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하는 건 확실해 보인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재명을 연맹과 협회라는 카르텔을 깰 수 있는 대안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총대매고 나선다는데 말릴 이유가 없다.

 

10352140_814425021932662_6848275042108288509_n "통지서에 의하면 당초 유선 고지된 내용과 달리, 심판판정에 대한 비평금지 규정(경기규정 36조 5항) 위반은 징계사유에서 제외되고 명예실추 금지조항(상벌규정 17조 1항) 위반만 징계사유로 특정되었다."고 이재명 시장은 밝혔다.

 

정치인 이재명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연맹이 징계 사유를 바꾼 것은 이재명에겐 호재, 연맹에겐 악재였다. 이번 상벌위에서 '경고'에 그친 어설픈 화해의 악수 또한 이재명의 기를 살려준 꼴이 됐다. 이재명은 그 정도 계산을 이미 하고 있었을 것이다.

 

연맹의 논리가 완벽했다면 규정대로 처리했었어야 했다. 그간의 선례를 보더라도 이정도 발언이면 중징계 감이 아닌가. 규정대로라면 말이다.

 

<최호택의 비즈니스 풋볼> 이재명 구단주, 어여삐 여겨서?


(가장 객관적인 스탠스를 유지한 기사라 생각한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오늘 광주의 승격으로 K리그는 올 시즌을 마무리 했지만, 아직 재미있는 싸움이 진행되고 있다. 겨울 입축구의 시작이다.

과정은 시끄러울 수 밖에 없겠지만, 싸우면서 큰다고 하잖아. 이번 싸움이 궁극적으로 한국 축구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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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성남FC는 오는 3/3에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아챔 감바 오사카전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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