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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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 운다?
  • 발행 2014.10.10
  • 조회수 49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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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자는 태어나서 꼭 세 번 운다고 했다. 처음 울 때는 태어났을 때요, 두 번째로 울 때는 부모님께서 돌아가셨을 때요 그리고 마지막은 나라를 잃었을 때란다. 살면서 3번이 아니라 30번도 더 울었기 때문에 이 말이 딱히 와닿지 않는다. 특히나 화생방병으로 근무하던 군시절에는 가스실 안에 잠시 들어가기만 해도 눈물이 줄줄 흘렀던 기억이 난다. 축구를 보다 보니 꼭 나만 그렇게 많이 운 것은 아닌 것 같다. 남자다움의 상징인 축구선수들도 우는 모습을 참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http://www.youtube.com/embed/2fyGiP7Hh2o
(엉엉 우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은 '너무 멋진 울보' 바티스투타)

?특히나 '바티스투타'라는 이름을 다 부르기도 전에 골을 넣는다는 '바티골' 바티스투타는 한국 시간 10월 7일, 피오렌티나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거기서 "클럽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 행복하다. 이 소식을 듣고 흥분됐는데 지금은 너무 떨린다"며 눈물을 보였다. 바티스투타는 다른 때에도 눈물을 보였다. 피오렌티나를 떠나 AS로마로 이적을 하게된 바티스투타는 피오렌티나를 만나 골을 넣게 된다. 그 자리에서 세레머니를 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미안함에 울기까지 했다.(친정팀을 상대로 골을 넣다. (영상))그리고 2002년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조별예선에서 탈락하게 되자 또 울었다. 2002년 월드컵에서 '바티스투타의 눈물'은 강호들의 탈락에 대한 대명사처럼 쓰였다. 이렇게 바티스투타는 적어도 세 번 이상은 울었다.


?이렇게 축구선수들은 남자다운 모습을 보이지만 눈물을 보이는 때도 많다. 그럼 이들이 우는 때를 세어볼까 한다. 남자는 과연 몇 번 우는 것일까?


 

 

 

 

 

 

1. 졌을 때 그래서 대회에서 탈락했을 때- 이천수 (feat. 호날두)

?큰 대회를 나가서 다음 라운드로의 진출 여부를 결정짓는 경기에서 지는 것은 정말 마음이 아픈 일이다. 지면 끝이니 말이다. 그래서 다들 죽을 힘을 다해 뛴다. 그렇게 뛰고도 경기에서 졌을 때 남자는 눈물을 보이곤 한다. 간절히 승리를 원하면서 죽을 힘을 다해 뛰었지만 안타깝게 경기에 진 것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눈물을 흘렸던 이천수가 생각난다.


http://www.youtube.com/embed/EeItivLVgj8

?거침 없고 당당했던 그가 흘리는 눈물이었기에 짜안했다. '악바리'라고 불릴만큼 열심히 뛰는 데다가 가장 위협적으로 스위스의 골문을 위협하곤 했기 때문에 그가 느낀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졌다. 게다가 '백만 서명운동'이 있었을만큼 억울한 면도 있었던 경기였기 때문에 이천수의 눈물에 더 감정이입이 쉬웠다. (당시에 오심에 대해 불복하며 백만명이 서명한다면 재경기를 할 수도 있다는 문자가 돌았다.) 그의 눈물에서 그가 얼마나 열심히 뛰고 얼마나 간절히 이기고 싶어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런 때에 남자는 또 눈물을 보인다.





(유로 2004 결승전, 그리스와의 경기에서 진 뒤에 눈물을 보이는 호날두)


 

 

 

 

 

 

2. 월드컵 무대에 설 때- 정대세

K리그 경기를 아무리 자주 보러다녀도 그라운드는 뭔가 '내가 밟을 수 없는' 영역인 것만 같다. FA컵에서 영남대와 성남이 붙는 경기를 봐도 '저 그라운드 위에서 뛴다면 얼마나 벅찰까'하는 생각을 하고는 했다. 그런데 처음으로 월드컵을 직관하러 브라질에 갔다. 경기를 보러 가는 것인데도 경기장을 들어서는 순간에 표현할 수 없이 벅찼다. 경기장이라는 점은 같은데 월드컵이라는 점이 더욱 설레게 했다. 하물며 보는 입장이 이러한데 월드컵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느끼는 감정은 어떤 것일까? 경기장에 들어서고 한 줄로 서서 국가를 듣는 순간에 느끼는 감정은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http://www.youtube.com/embed/SYRElhIKFTc

덤덤하게 경기를 맞이하는 선수들도 있겠지만 벅차오르는 감정에 펑펑 울어버린 남자가 있다. 바로 2010 남아공 월드컵의 정대세다. 언뜻 보면 우습기도 하지만 그가 눈물을 흘린 이유는 듣고 보면 공감이 되는 이야기다. 그는 일본 출생의 대한민국 국적을 지닌 조총련계 청년이다. 그렇다보니 자신의 정체성에 관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북한 대표팀에서 뛰기로 결정을 했고 월드무대에 서게 되자 자신의 지난 날들 그리고 북한 대표팀이 월드컵에 진출하게 된 과정이 생각이 나서 울음이 났다고 한다. 정대세는 원래도 잘 운다고 한다. 월드컵을 뛰게 되어 벅찰 때 남자는 또 눈물을 보인다.


 

 

 

 

 

 

http://www.youtube.com/embed/3pgTReH7470

3. 은퇴할 때 -지단, 베컴 그리고 아디


?축구선수는 다른 직업들과 조금 다르다. 왜냐하면 평생할 수 없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선수가 35세를 전후로 은퇴한다. (물론, 예외도 있다. “토티는 아직 어려”, 최고령 득점자 형님들의 세계) 하지만 그들이 축구선수라는 직업을 가지고 생활하는 동안에 열정을 다하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점에서 짧은 기간에 비해 직업에 대한 애착이 굉장히 클 것이다. 특히나 팬들과의 관계가 일반적인 직업과 다른 특별한 점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직업을 내려놓고 떠나는 일은 더욱 복잡한 감정이 교차하는 일일 것이다. 특히나 선수 경력이 화려한 선수일수록 말이다.


http://www.youtube.com/embed/mOeTWdKbQDk

(마지막 경기에서 경기 끝나기 전부터 눈물을 보이는 베컴)


?자신의 은퇴를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이 축하해주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경험이다. 절대로 아무에게나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게다가 세계 최고의 클럽에서 은퇴를 하게 된다면 말이다. 05-06시즌을 끝으로 베르나베우에서 마지막 경기를 가졌다. 마지막 경기에서 골까지 넣었으니 경기가 끝나고 느꼈을 감정은 눈물 없이 표현하기 어렵지 않았을까 싶다. 심지어 베컴은 경기 중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죽을 위기가 오면 자신의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고 하는 말이 적용될 것 같다. 박수를 치며 퇴장할 때에 축구화를 처음 신던 순간부터 전부 떠오르지 않을까.


http://www.youtube.com/embed/KojoVGSsdqI

(아디는 2006년부터 2013년까지 FC서울에서 뛰었다. 외국인 선수 최다 출전기록을 남겼고 서울 팬들 그리고 K리그 역사에 전설로 남았다. 레전더리 플레이어를 대하는 케이으리그 <- 클릭)


 

 

 

 

 

 

http://www.youtube.com/embed/P42bQ37FKqs

4. 팀이 오랜만에 우승에 가까워졌을 때- 제라드

13-14 EPL은 리버풀에게는 오랜만에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시즌이었다. 그렇기에 선수들에게는 더 신이나는 시즌이었을 것이다. 특히나 제라드에게는 팀이 우승권에 있는 것이 굉장히 남달랐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우승을 다투던 맨체스터 시티를 만났으니 그 경기에 대한 집중과 이기고자 하는 열망이 얼마나 컸을까. 리버풀이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던 상황이었고 이 경기를 잡는다면 리버풀이 우승에 더 가까워지는 상황이었다. 당시 맨시티는 첼시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맨시티에게도 우승을 위해서 굉장히 중요한 경기였다.


제라드는 경기가 끝나고 눈물을 닦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선수들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Listen. Listen. This is gone. (잘 들어. 이시합은 끝났어. 잊고 새로 준비하자.)

We go to Norwich exactly the same. (우리는 이제 노르위치로 가서 똑같이 하는 거야)

We go again. Come on! (다시 한 번 해보자!)


이렇게 우승에 가까워져 들뜰 선수들을 다잡는 주장의 멋진 모습이었지만 결국 리버풀은 우승하지 못했고 이 장면은 안타깝지만 전설로 남았다. 만약 리버풀이 우승을 했더라면 이 영상이 더 멋진 전설로 남았을 테지만 말이다. 그토록 그리던 우승에 가까워졌을 때 남자는 또 눈물을 보인다.

 

 

 

 

 

 




(골을 넣고 그 기쁨을 돌아가신 어머니께 바치는 람파드)


http://www.youtube.com/embed/XcQ88YNCUhQ

5. 하늘에 계신 부모님께 골을 바칠 때- 람파드 그리고 김형일

?나를 가장 응원해주는 사람은 누구일까 생각해보면 그 끝에는 항상 부모님이 있다. 축구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그 부모님께서 돌아가신다면 굉장히 슬플 것이다. 여기 하늘에 계신 부모님께 골을 바친 선수들이 있다. 첫번째로? 08-09 챔피언스리그에서 리버풀과의 4강 1차전을 마친 이후에 람파드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2차전에서 람파드는 어머니의 이름이 적힌 검은 띠를 팔에 차고 경기를 했고 연장전에서 첼시가 PK를 얻었다. 키커로 등장한 것은 람파드였다. 람파드는 골을 성공시키고 검은 띠에 입을 맞춘 후에 눈물을 보였다. 하늘에 계신 어머니에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진출한 기쁨을 나누는 감동적인 모습이었다.


http://www.youtube.com/embed/qj38we_lANs

두번째는 김형일이다. 2009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렸다. 포항과 알이티하드의 경기에서 노병준의 프리킥 선제골로 앞서나가던 상황에서 김형일이 추가골을 넣었다. 그리곤 두손을 모으고 무릎을 꿇은 채로 눈물을 흘렸다. 경기가 열리기 1주일 전에 부친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형일은 씩씩하게 경기에 임했고 팀이 아시아 챔피언이 되는 데에 크게 일조했다. 그리고 그 기쁨을 아버지께 바쳤다. 돌아가신 부모님께 기쁜 순간을 바칠 때 남자는 또 눈물을 보인다.


 

 

 

세상엔 참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때로는 눈물을 참아야 하고 때로는 참지 못하고 눈물이 터질 때도 있다. 강인해보이는 축구선수들도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들이 축구 속에는 있다. 확실하게 깨달은 것은 한 가지다.

'남자는 살면서 세번 보다 많이 울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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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흘리는 눈물이 이렇게 멋질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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