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사이드 더비, 잉글랜드 최고(最古)의 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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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사이드 더비, 잉글랜드 최고(最古)의 더비
  • 발행 2014.09.27
  • 조회수 1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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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2때의 일이다. 일주일 가운데 화요일의 오전 체육시간에는 이과의 10반이 항상 우리와 축구를 했다. 두 반이 따로 경기를 진행하면서 두 경기가 한 경기장에서 동시에 열리게 한 적도 있지만 너무 혼잡하고 재미가 없어서 매번 서로를 상대로 축구를 열심히 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라이벌 의식이 생겼다. "쟤네한테는 안진다"는 그런 묘한 긴장감 말이다. 그 경기는 우리만의 '단대부고 화요일 체육시간 더비'였던 셈이다. 한국 시간 9월 27일 오후에 열리는 리버풀과 에버튼의 머지사이드 더비도 비슷한 맥락에서 시작된 더비이다. (중계-> 9월 27일 20:45 SBS Sports 박문성, 조민호)


 

머지사이드 더비가 열리는 날, 경기장엔 이런 사진이 붙어있었단다. 잉글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더비임을 알리는 포스터. (사진= 차주광) 머지사이드 더비가 열리는 날, 경기장엔 이런 사진이 붙어 있었단다. 잉글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더비임을 알리는 포스터. (사진= 차주광)

- 머지사이드 더비?

머지사이드 더비는 잉글랜드 내에서 가장 오래된 더비이다. 안필드가 지금은 리버풀의 성지로 그 명성을 떨치고 있다. 하지만 원래 안필드를 사용하던 구단은 1878년 창단한 에버튼이었다. 당시의 구단주였던 존 하울딩과 구단 수뇌부 사이에는 정치적인 이유로 마찰이 있었다고 한다. 그 이후 구단 수뇌부가 스탠리 공원 맞은 편에 구디슨파크를 구매하자 하울딩은 안필드에 새로운 구단을 창단하는 것으로 대응한다. 그게 바로 리버풀이다. 이 두팀이 있었기에 리버풀은 잉글랜드에서 가장 성공적인 축구의 도시가 될 수 있었다.

두 팀 사이의 거리는 1km 정도이다. 이해를 돕자면 강남역에서 신논현역까지 걷고 조금 더 걸으면 되는 정도의 거리다. 두 팀 사이의 거리는 1km 정도이다. 이해를 돕자면 강남역에서 신논현역까지 걷고 조금 더 걸으면 되는 정도의 거리다.

?두 팀은 영국에서 가장 축구로 성공적인 도시 가운데 하나이다. 물론 도시를 기준으로 도시 내에 위치한 팀들이 들어올린 우승컵의 수를 합친다면 런던이 가장이겠지만 리버풀의 두 팀이 들어올린 우승컵의 수는 무려 27개이다. 물론 그 가운데 상당수가 리버풀이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두 팀이 우승권과는 조금 거리를 두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숫자가 크게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대회에서 중요한 순간에 만나야만 라이벌 팀과의 경기가 중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쟤네한테는 지고싶지 않다" 라는 마음으로 임하는 경기는 언제나 재밌다.

리버풀과 에버튼의 역대 전적을 그린 그래프. 푸른 선이 에버튼, 붉은 선이 리버풀 그리고 노란 선은 무승부를 나타낸다. 최근 리버풀의 우세를 잘 보여준다. 리버풀과 에버튼의 역대 전적을 그린 그래프. 푸른 선이 에버튼, 붉은 선이 리버풀 그리고 노란 선은 무승부를 나타낸다. 최근 리버풀의 우세를 잘 보여준다. (위키백과)

- 역대 전적과 현재 두 팀의 격차

?잉글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더비인 리버풀과 에버튼, 에버튼과 리버풀의 머지사이드 더비의 역대 전적을 소개하려고 한다. 총 222번의 경기 가운데 리버풀이 89번 승리했고 에버튼이 66번 승리했으며 서로 67번 비겼다. 위의 그래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점점 두 팀 사이의 전적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프리미어리그와 FA컵을 포함해서 지난 15년 동안 에버튼은 1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안필드 원정에서 총 8무 8패로 승리를 한 적이 없다. 물론 경기장이 얼마나 가깝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하지만 1999년 이후 안필드에서 승리한 적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에버튼 선수들에게는 그토록 가까운 안필드 위에 서는 것이 두려운 일일 것이다. 이기분은 3수를 해본 내가 잘 안다. 그저 수험장에 들어서는 것은 그저 그것만으로도 두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안필드 경기만이 아니라 구디슨파크에서 열린 경기를 모두 포함하더라도 에버튼은 10/11 시즌 프리미어리그 구디슨파크에서 열린 머지사이드 더비 이후에 리버풀을 상대로 승리를 기록한 적이 없다. 이 경기만 해도 무려 4년이 넘은 이야기다.


?지난 다섯 시즌으로 한정하자면 리그만을 고려할 때 두 팀은 10 경기에서 리버풀이 5경기를 승리했고 두 팀이 서로 비긴 것은 4경기 그리고 에버튼이 승리한 것은 1경기 뿐이다.


 

http://www.youtube.com/embed/Nmzu29eRhMU

-프렌들리 더비(Friendly Derby)? He ain't heavy, He is my brother. (괜찮아 우리는 형제니까)

? 2012년 9월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에버튼과 뉴캐슬의 경기에서는 훈훈한 광경이 연출되었다. 에버튼의 홈 팬들이 리버풀의 힐즈버러 참사 희생자들과 그 진실을 위해 유명한 팝송인 'He ain't heavy, he is my brother'을 불러주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광판에는 힐즈버러 차마의 희생자 96인의 얼굴과 "Justice for the Merseyside United"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또한 리버풀과의 경기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에버튼의 유니폼을 입은 소녀와 리버풀의 유니폼을 입은 소년이 각 9와 6을 등에 달고 손을 잡고 서 있었다. 희생자 96명을 기리는 의미도 있었고 '형제'에 대한 끈끈한 정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사건은 이렇다. 89년에 있었던 힐즈버러 참사에 대해 2012년 9월 영국 대법원이 당시 상황에 대한 진실 공방을 내린 것이다. 경찰이 증거를 조작하여 사고의 책임을 경기장에 있던 팬들에게 돌리려고 했던 것이다. 게다가 당시 더선은 사고의 책임을 팬들에게 돌리려는 의도의 보도를 했다. 폭도취급을 한 것이다. 하지만 이 판결로 당시 더 선의 편집장과 데이비드 캐머론 총리가 사과를 했다. 이 진실이 밝혀진 것을 리버풀의 형제 에버튼 팬들이 다시 한 번 형제로서 함께한 것이다.


?그 노래가 참 적절했다. 'He ain't heavy, he's my brother.' 괜찮아 우리는 형제니까

http://www.youtube.com/embed/4XjPy8FxCzE

-더비는 더비다

지난 시즌 안필드에서 열린 머지사이드 더비. 이 경기를 다녀온 친구에 의하면 이 곳의 분위기는 정말 뜨거웠다고 한다. (사진= 차주광) 지난 시즌 안필드에서 열린 머지사이드 더비. 이 경기를 다녀온 친구에 의하면 이 곳의 분위기는 정말 뜨거웠다고 한다. (사진= 차주광)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더비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쟤네한텐 지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영상에서 보이듯 그저 상대에게 해를 입히려는 의도에서 저런 플레이들이 나온다기 보다는 어떻게든 공을 따내고 어떻게든 이겨보려는 과정에서 저런 플레이들이 나오는 것이다. 리버풀의? 현장에 가서 가짜 암표 사기도 당하고 우여곡절 끝에 올 초에 열린 머지사이드 더비에 다녀온 내 친구 차주광에 의하면 절대 아닌 것 같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절대 같이 섞여 앉지 않는다. 욕설이 난무하는데 그런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철저하게 응원하는 팀에 따라 분리되어 앉는다. 그날의 경기가 4:0이었고 이미 승부가 기울었다. 그래서(리버풀 팬인 나는)빨리 나왔는데 다른 의미로 빨리 나온 에버튼 팬들을 다수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이미 불만에 가득 차보였고 나는 무서워서 택시를 탔다.

더군다나 머지사이드 더비는 참으로 치열하고 가끔은 과열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더비이기에 사실 저 분위기가 상상이 잘 되기도 한다. 또한 무릇 더비매치란 저러한 치열함과 "꼭 이기고 싶다"는 열정이 있어야만 더 긴장감이 넘치고 재미가 있다. 케이로스 코치 최강희 감독의 설전으로 이러한 분위기가 가득했던 이란과 대한민국의 경기 또한 그러했다. 이 열기가 더비 매치를 더 풍성하게 만드는 법이다.


http://www.youtube.com/embed/eibBnUfjmco

-에버튼에겐 기나긴 징크스를 깰 기회

?앞서 설명했듯이 에버튼은 1999년 이후 안필드에서 리버풀을 상대로 승리를 기록한 적이 없다. 그렇기에 이번 안필드 원정이 그들에게는 분명히 걱정이 되는 경기이면서도 동시에 징크스를 깰 기회이기도 하다. 최근 주춤하고 있는 리버풀을 상대로 승점 3점을 기록하며 리그 초반 좋은 흐름을 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마르티네스 감독은 “원정 무승 기록아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거라 생각한다. 깨야 할 기록이기 때문이다. 안필드가 어려운 원정지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프리미어리그에는 그런 장소들이 많으며 우리는 역사를 바꿔 왔다”며 무승 기록이 부담감이 아닌 동기 부여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위의 영상처럼 에버튼이 오랜만에 승리할 수도 있다.


http://www.youtube.com/embed/0eafcBHPAd8

-리버풀에겐 초반 부진을 만회할 기회

?리그 초반에 부진한 리버풀에게 있어서 이번 머지사이드 더비는 최근의 부진을 만회할 좋은 기회이다. 최근 전적에서 거의 진 적이 없기 때문에 리버풀 선수들에게 이번 경기는 모처럼 자신감을 가지고 임할 수 있는 경기일 것이다. 게다가 위의 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 가장 최근의 머지사이드 더비에서 4-0이라는 대승을 거두었던 리버풀이기 때문에 더욱 더 자신감이 넘칠 것이다. 최근 제라드를 향한 콥들의 의심과 질타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팀을 머지사이드 더비에서 승리로 이끈 제라드가 작년 첼시전 이후 잃어버린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이다. 또한 리버풀의 주포 수아레즈를 새로들어온 발로텔리(마성의 매력 발로텔리 A to Z)가 잘 대체할 수 있을는지도 재미있는 포인트다.

여기가 바로 안필드와 구디슨 파크 가까이 있는 머지 강이다. 여기가 바로 안필드와 구디슨 파크 가까이 있는 머지 강이다. (사진=차주광)

?더비매치는 항상 설레는 경기이다. 그래서 모두가 K리그의 슈퍼매치나 프리미어리그의 레즈더비, 머지사이드 더비 그리고 스페인의 엘클라시코 또는 이탈리아의 밀라노 더비 등을 기다리며 꼭 놓치지 않고 관람하는 것이다. "쟤네한테는 지고 싶지 않다"는 자존심을 세울 라이벌 팀에게 거두는 승리나 패배는 평소 다른 팀을 상대로 거두는 승리나 패배보다 그 크기가 배는 된다. 그렇기에 몇 시간 뒤에 열릴 머지사이드 더비가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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