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옛날이여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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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옛날이여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 발행 2014.09.24
  • 조회수 2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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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잠이 일찍 깬 나는 딱히 할 것 없이 앉아 있다가 TV를 틀었다. 우연히 튼 TV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레알 마드리드의 02-03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당시 위닝일레븐에 빠져 살던 나는(지금도 마찬가지..) 별중의 별이 모두 모인 양 팀의 경기를 잠에 취해 보고 있었다. 사기중의 사기캐릭이었던 원조 호나우두가 올드트래포드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맨유가 2-3으로 끌려가고 있던 순간이었다.




그 순간 퍼거슨 감독과의 불화로 벤치를 지키던 데이비드 베컴이 등장했다. 그는 당시 너무도 유명한 ‘퍼거슨 감독 축구화 사건’으로 인해 이적설이 불거진 상황이었다. 그는 교체 투입 후 5분만에 멋진 프리킥 골을 성공시키며 팀의 4-3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경기와 프리킥골이 바로 나를 맨유의 팬으로 만든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베컴은 나를 맨유팬으로 만들어 놓고 레알 마드리드로 떠나버렸지만 나에게 있어서 최고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이 때였으며 지금까지 맨유를 좋아하게 한 결정적 순간이었다.



<이 프리킥이 꽂히는 순간 나도 맨유에 꽂혔다>

 

지금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위의 시절과 지금을 비교하면 지금은 정말 할 말이 없다. 퍼거슨 감독이 떠난 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너무 많은 것이 변했다. 26년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벤치를 지켜온 그의 존재감을 뼈저리게 느끼는 중이다. 그가 껌 씹는 속도가 빨라지면 빨리질수록 선수들은 긴장했고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했다. 앉아서 껌 하나만으로 선수들을 장악하던 껌쟁이 할아버지가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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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떠난 후 첫 번째 시즌인 13-14 시즌은 말 그대로 암담했다. 퍼거슨 감독이 직접 후계자로 지목한 데이비드 모예스는 처참한 실패를 맛보며 한 시즌을 버티지 못하고 떠났다. 이와 더불어 맨유는 ‘맹구’라는 오명과 비아냥을 들었다. 결국 굴욕적인 순위인 7위를 기록하며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최악의 시즌을 마쳤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가파르게 하락하게 된 원인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큰 원인 중 하나는 모예스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지도력이 충분치 못했다는 것이 아니다. 이미 그는 에버튼을 이끌고 성공적인 여러 시즌을 보내며 프리미어리그에서 검증을 마친 지도자였다. 하지만 그는 우승이라는 경험을 해보지 못했으며, ‘최고의 팀을 이끌고 있다’ 라는 카리스마를 보여주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선수단 장악의 어려움이 뒤따랐다.? 그는 이미 떠났고 그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은 맞지 않는 궁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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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너 좀 많이 낯설다…?>

 

앞으로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올 시즌 맨유는 깨고 깨고 또 깨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본의 아니게 구단의 전통이 깨졌지만 이번 시즌은 다르다. 가장 먼저 영연방 출신의 지도자만을 선임하던 나름의 전통을 깨며 네덜란드 출신의 명장 루이 반 할 감독을 선임하였다. 선수 발굴과 팀 리빌딩에 능한 루이 반 할 감독을 선임하며 새로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탈 바꿈 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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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는 이적정책을 깼다. 지금까지 이적시장에서 맨유의 행보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퍼거슨 감독 시절의 맨유는 확실히 검증된 스타가 아닌 유망주 급의 선수를 비싸지 않은 가격에 영입하거나 프리미어리그 내에서 검증을 마친 스타들을 영입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지난 겨울이적시장에서 후안 마타를 클럽레코드로 영입하기 시작하더니 이번 여름에 제대로 돈을 풀었다. 영화 ‘아저씨’에 나오는 원빈의 대사처럼 오늘만 살고 죽을 것 처럼 돈을 써댔다. 앙헬 디 마리아를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고액으로 영입하더니 라다멜 팔카오 마저 임대로 데려오며 쩐의 전쟁을 펼쳤다. 이 밖에도 마르코스 로호, 달레이 블린트 등 월드컵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과 안데르 에레라, 루크 쇼 등을 영입하며 선수단의 깊이를 더 하는데 성공했다. 별이란 별은 다 따온 맨유는 이제 유럽 아니, 세계 최강의 공격라인을 구축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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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레스터 시티와의 경기를 지켜보며 아직 맨유가 완전한 팀이 되지 못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맨유는 변화의 과정에 있기에 섣부른 판단과 비난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한 마디로 ‘시간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맨유의 팬으로서 팀이 변화하는 과정이 낯설고 어색하지만 앞으로의 맨유가 더욱 기대된다. 새로운 감독, 코칭스태프, 선수들, 이 밖에 팀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완전한 조직체가 갖춰진다면 이전의 영광을 되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앞으로 또 어떠한 변화가 찾아올지, 팀이 어떻게 변하게 될 지 아무도 모른다. 맨유는 우승, 승리에 익숙한 팀이기에 영광의 순간은 금방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맨유팬으로서 ‘으리’를 지키며 항상 응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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