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인터벌' 안영명 "뜨거웠던 여름, 2군에서 만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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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 인터벌' 안영명 "뜨거웠던 여름, 2군에서 만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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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 2018.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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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에게 공 받자마자 투구하는 빠른 템포로 화제
"야수들 편하게 하려고 속도 높였는데, 이젠 내 무기"

2018년 '초고속 인터벌'로 화제를 모은 한화 이글스 우완 안영명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유난히 더웠던 2017년 여름 오후였다.

퓨처스(2군)리그 경기 선발로 등판한 안영명(34·한화 이글스)의 눈에 연신 땀을 훔치는 야수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오늘은 정말 빠르게 던져야겠다."

안영명은 포수 사인에 고개 한 번 흔들지 않고, 공을 잡자마자 투구에 돌입했다.

투구와 투구 사이를 의미하는 '인터벌(interval)'이 매우 짧았다.

2018년 KBO리그에서 화제를 모으는 '안영명의 초고속 인터벌'은 이렇게 뜨거운 여름 오후, 2군에서 만들어졌다.

10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만난 안영명은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1군 경기에서 빠른 인터벌로 덕을 볼 줄은 몰랐죠"라고 웃었다.

◇ 타자들은 "숨차다"…방송사는 "투구 장면 재방 불가" = 2018년 KBO는 '주자가 없을 때 투수가 12초 이내에 투구하지 않으면 첫 번째엔 주심의 경고를 받고 두 번째엔 볼 판정과 벌금 20만원을 부과한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투수들은 타자들의 타격 타이밍을 빼앗고자 인터벌을 길게 한다. 타이밍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타자들은 '타임'을 부르고 타석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이렇게 경기 시간이 길어지는 걸 막고자 KBO는 '12초 룰'을 도입했다.

안영명과는 '무관한 규정'이다.

안영명과 상대한 타자들은 "타석에 서 있기만 해도 숨차다"고 했다. 방송사들은 "안영명이 쉴 틈 없이 공을 던져, 앞서 던진 공의 녹화 장면을 틀 수가 없다"고 했다.

그만큼 안영명은 쉬지 않고 공을 던진다. 포수 사인이 나오면 바로 투구 동작에 돌입하고 공을 던진다. 팬들은 '초고속 인터벌'이라고 부르며 환호한다.

투수에게는 위험한 도전이다. 하지만 초고속 인터벌에 제구가 뒷받침되면 강력한 무기가 된다.

투수 출신 한용덕 한화 감독은 "나도 빠른 템포로 공을 던지고 싶었다. 그런데 나는 숨이 차서 그렇게 던지지 못했다"며 "안영명은 매우 짧은 인터벌로도 제구가 되는 공을 던진다. 결국, 타자들이 투수의 공에 집중할 시간을 빼앗는다"고 안영명의 초고속 인터벌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실제 성적도 매우 좋다. 안영명은 10일까지 2승 5홀드 평균자책점 2.01로 호투했다. 한 감독이 꼽는 '가장 믿을 수 있는 불펜 투수'다.

안영명에게 취재진이 모인다

안영명 "솔직히 저도 신기해요" = 안영명은 "나도 처음에 빠른 인터벌로 공을 던질 때는 제구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그런데 던질수록 제구가 잡혔다"며 "솔직히 나도 신기하다"고 했다.

그는 "당연히 빠른 인터벌을 하면 나도 숨이 차다. 제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라면서도 "지난해 여름 2군 경기에서 빠른 인터벌로 던져본 뒤, 불펜 피칭을 할 때도 빠른 템포로 투구했다. 이 방법에 익숙해지면서 제구도 잡혔다"고 설명했다.

제구는 기록으로 증명했다. 안영명은 22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볼넷 3개만 내줬다. 이닝 당 투구 수는 13.5개에 불과하다.

안영명이 빠른 템포로 공을 던지니, 타자들은 '타임'을 외칠 시간도 없이 급하게 타격한다. "제구가 좋은 투수"라는 이미지가 생겨, 3구 이내에 안영명의 공을 공략하는 타자도 늘었다.

안영명은 "빠른 인터벌을 시작한 계기가 '야수가 수비할 시간을 줄이자'라는 생각이었다. 투수는 타자의 도움 없이는 승리할 수 없다. 야수에게 조금이라도 더 쉴 시간을 주고자 우리 한화 투수들도 노력하고 있다. 이런 '상부상조'하는 분위기가 현재 우리 팀의 강점이다"라며 "결국 내게도 인터벌이 좋은 무기가 됐으니 일석이조"라고 웃었다.

지난겨울, 안영명은 한화와 2년 12억원에 FA(자유계약선수) 잔류계약을 했다. 안영명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계약 기간, 금액'이었다.

절치부심한 안영명은 뜨거운 여름을 견디고 완성한 '초고속 인터벌'을 무기로, 리그 최고의 불펜 투수로 재도약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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