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의 풋볼레터 #2] Diablos Nomads, 그들의 한국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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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의 풋볼레터 #2] Diablos Nomads, 그들의 한국축구
  • 야동말고 축동
  • 발행 2014.05.23
  • 조회수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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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에게,?

 

이태원 부근을 가본 벗들은 알 것이다.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은 이방인들이 살아가고 있는지를 말이다. 그리고 그들과 대화를 해보거나 그들이 노는 문화를 접해본 벗들은 그들이 한국에 나름대로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도 잘 알 것이다. 이는 비단 ‘삼겹살’이나 ‘치맥’ 등의 문화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한국사회의 일원으로서 우리 문화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우리문화를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음을 뜻한다. 여기에 우리 축구 또한 포함된다. 우리나라 안의 이방인들 또한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우리 축구를 즐기고 있다. 그 수가 많지는 않아 우리가 잘 알긴 어려웠지만 말이다. 이번 편지에서는 우리 가까이에 있는, ‘우리네 축구를 즐기는 이방인’인 FC서울의 소모임 Diablos Nomads를 벗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IMG_0701 경기가 시작하기 전, 편의점 앞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Diablos Nomads 멤버들

 

 

Diablos Nomads


 

그들과 접촉하기 위해 페이스북 페이지를 찾고, 짧은 영어로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고생을 좀 했다) 서울과 성남의 경기가 펼쳐지는 상암 월드컵경기장을 향했다. 경기가 시작하기 40분 전에 그들은 이미 상암 월드컵 경기장 앞의 편의점에 모여 맥주를 마시며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나에게도 반갑게 인사를 건내주었다. (오랜만에 해보는 영어에 어찌 반응해야 할 지 몰라 당황했지만) 날씨가 좋은 주말에 경기를 보러 온 그들은 경기가 시작하기 전부터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에게 인터뷰 요청을 하고 인사를 하며 경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나 둘씩 속속들이 Diablos Nomads 멤버들이 도착하고, 경기가 시작하기 직전에 우리는 함께 서울의 서포터즈가 자리하는 골대 뒤의 N석으로 향했다.


 

IMG_0691 Diablos Nomads 모임을 만든 폴 카버 씨

 

이 단체를 만든 폴 카버가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줬다.


다음은 폴 카버와의 인터뷰.


 

이지수(이하 <이>)?본인의 소개를 간단히 해줘.


폴 카버(이하 <폴>)?나는 폴 카버고 잉글랜드에서 와서 현재 서울에 살고 있어. 그리고 FC서울의 공식 서포터즈 소모임인 Diablos Nomads에서 활동하고 있지.


 

<이>?이 단체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폴>?한국에 오고서 축구를 찾아 다니면서 관람했어. 특히 원정경기에서 만나게 된 유럽이나 미국 출신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지. 그렇게 여러 번 원정 경기에서 그리고 홈에서 만나다가 보니 자연스럽게 자주 마주친 사람들과 우리만의 소모임을 만들게 된 것 같아. 아는 사람들과 내 고장의 축구경기를 함께 본다는 건 멋진 일이기 때문이지.


 

<이>?Diablos Nomads?라는 이름은 무슨 뜻이야?


<폴>?원래는 Diablos Blancos 였어. 영어로 하면, White Devils였던 것이지. 그런데 이것이 인종차별적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백인을 의미하는 Blancos를 빼고 우리가 고국을 떠나 외국을 다니는 이방인이라는 것에서 착안해서 유목민이라는 뜻의 ?Nomads를 넣었어. 2012년에 만들게 되었는데 작년에는 FC서울의 서포터인 수호신의 공식 소모임으로 인정이 됐어. 이제는 우리도 수호신의 일부로서 의견반영을 할 수 있게 됐지. 단체를 만든지 1년만에 공식 소모임이 돼서 기쁘게 생각하고 있어.


 

<이>?단체 멤버들의 국적이 궁금한데?


<폴>?일단 나는 잉글랜드 출신이야. 잉글랜드 외에도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 주로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많지. 대부분이 학원에서 영어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어. 그래서 아무래도 주중에 열리는 경기들은 많이 관람하지 못하는 편이지. 그래도 대부분이 시즌티켓 소지자들이야! 대부분이 2, 3년 한국에서 일하고 자신들의 나라로 귀국해야 하니까 그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인원이 어느 정도 유지되게 계속해서 멤버를 수급하고 있어.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함께 축구를 보고 분위기를 즐기는 것은 멋진 일이지. 이렇게 다양한 국적을 가진 20명 정도의 멤버들이 Diablos Nomads에서 활동하고 있어.


 

경기가 진행되면서 다른 이들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 날, 서울과 성남의 경기는 꽤나 지루하게 전개되었는데, 지루한 틈을 타서 Diablos Nomads의 다른 멤버인 앨리 매클러드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IMG_0692 왼쪽에 맥주를 들고 있는 사람이 앨리 매클러드, 그 뒤에 미모의 여인 코트니,
FC서울 유니폼이 잘 어울리는 라이언

 

 

그들이 느끼고 즐기는 우리 축구의 '분위기(Atmosphere)'


 

<이>?본인의 소개를 부탁해.


앨리 매클러드(이하 <앨>)?나는 앨리 매클러드고 스코틀랜드에서 왔어.


 

<이>?어떻게 한국축구, 특히 FC서울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궁금해.


<앨>?스코틀랜드에서 왔기 때문에 나는 축구를 좋아해. 그리고 나는 내 주변의 지역에 대한 애착이 강한 편이야. 그래서 한국에 왔을 때 바로 축구를 찾았던 것 같아. 특히나 FC서울에 대해서도 검색을 통해서 알게 되었지. 처음에는 많이 오지 않다가 셀틱에서 뛰던 차두리가 FC서울로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반가워서 자주 오게 되었어. 사실 난 레인저스 팬인데도 말이지ㅋㅋㅋ 내 고향 땅에서 뛰던 선수를 본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반갑더라고.


 

<이>?축구의 고장에서 온 사람으로서, K리그의 수준은 어떤 것 같아?


<앨>?우선 굉장히 빠르고 피지컬이 뛰어난 축구를 구사해. 적어도 잉글랜드의 챔피언쉽 정도의 수준은 되는 것 같다는 말이야. 유럽으로 치면 중견 리그 정도라고 설명하면 맞을 것 같아. 수준이 있는 축구를 하고. 다만 차이가 있다면 경기 성향이라고 할 수 있어. FC서울을 예로 들면, 수비적일 때가 많아. 윤일록이나 고요한이 사이드로 파고드는 경우는 많지만 골로 연결되는 경우는 적거든. 이건 대한민국 대표팀과도 비슷한 맥락인데, 미드필드와 사이드에서 공을 잡는 것은 많지만 정작 가운데에서 욕심을 가지고 슛을 해주는 것이 부족한 것 같다는 거지.


 

<이>?한국의 축구장에 와서 특별했던 점이나 영국과 달랐던 점이 있다면 무엇이었을까?


<앨>?우선, 관중석이 조금 비어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어. 재미있는 축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말이지. 그리고 특별했던 점이라면 가장 최우선으로 ‘안전’을 꼽을 수 있겠지. (동측과 서측의 일반석을 가리키며) 가족들끼리 편하게 축구를 볼 수 있는 환경이라는 건 굉장히 환상적이야. 영국에서는 격렬한 팬들을 저지하기 위해서 항상 경찰들이 대기하고 있을 정도거든. 그리고 또 좋은 점은 ‘저렴한 가격’이야. 시즌티켓이 우리나라 가격의 1/10 수준이라는 거지. 그리고 가장 좋은 건 (주섬주섬 맥주 컵을 들며), 경기장 안에서 맥주를 먹을 수 있다는 거야. 이런 날씨에 축구를 보며 맥주 한 잔을 마실 수 있다는 건 정말 최고지. 그리고 경기 내내 서서 볼 수 있는 좌석이 있다는 거야.


 

<이> 서포터로서 경기를 관람하는데 어때?


<앨> 이 골대 뒤 좌석이 경기를 전체적으로 조망하기에 좋은 곳은 아니야. 그래서 가끔 저기 동측이나 서측의 일반석에서도 경기를 보곤 해. 일단, 서포터라는 것이 열성팬이 모인 것인데, 열성팬은 항상 경기장을 찾아주는 사람들이니까 동측 일반석쪽, 그러니까 경기를 보기 좋은 좌석으로 옮겨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 음, 그리고 서포터즈가 하는 응원곡을 전부 알지는 못해. 한글을 조금 읽을 줄 아니까 전광판에 띄워주는 응원곡은 따라부르지만 대부분은 모르거든. 그래서 그냥 서포터즈가 만드는 소리에 덧대어서 소음을 만들어줄 뿐이지. 서포터즈는 굉장하다고 생각해. 계속해서 노래를 부르잖아. 동측, 서측의 관중들과 분위기가 조금 더 융화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해. 더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도 굉장히 환상적이야.


 

<이>?한국팬들은 주로 EPL이나 유럽리그를 보기 때문에 K리그를 보지 않는데?


<앨>?물론, 경기의 수준에 있어서는 EPL이나 여타 리그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야. 그런데 내가 생각하기에 축구라는 것은 축구 경기 그 자체만이 중요한 건 아니거든. 현장의 이 분위기(atmosphere)를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봐. 다만, 경기 뿐만이 아니라, 같이온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응원하는 소리를 듣고 상황상황마다의 관중들의 소리를 듣는 것들이 모두 포함되는 거야. 이 모든 것들이 항상 나를 축구장으로 불러내는 거고. TV로 볼 거라면 집에서 그냥 MOTD(하루의 경기를 정리해주는 프로그램)를 보면 되지. ‘분위기’라는 말에는 여기에 온 사람들도 있고 날씨도 있겠고 맥주를 마시는 것도 있겠지. 가족들끼리 와서 경기를 보는 건 정말 보기 좋은 풍경이고, 내가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잖아. 특히나, 가족들끼리 오는 건 나도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계속 경기장으로 데리고 가셨기 때문에 익숙한 일이야. 저 아이들이 커서 또 나처럼 경기장을 찾는 어른으로 성장하겠지. 그건 계속해서 대물림이 될 거고. 가족과 경기를 보는 건 정말 좋은 일이지. 그런 점에서 이 축구장이 좋고, 이제는 서울을 제 2의 고향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 같아.


 

<이>?현재 FC서울의 성적이 좋지 못한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


<앨>?방금 ‘앙리’라고 불리는 박희성이 교체로 나왔는데, 득점을 못하는 앙리라니... 득점을 하는 데얀이나 몰리나가 빠지니까 득점을 해주는 선수가 없는 게 문제인 것 같아. 아까 말했던대로 슛을 하려고 하지를 않아서 조금 불만이고, 팀의 플레이가 항상 상대에게 너무 읽히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 리그 팀들은 이미 이런 우리팀의 성격을 잘 알고 있어서 우리가 상대하기 어려운 것 같고, ACL 팀들은 이런 성격을 잘 모르기 때문에 우리에게 고전하는 것 같아.


 

다행히 '득점 못하는 앙리' 소리를 들은 박희성이 득점을, 그것도 환상적인 시저스킥으로 후반 막판에 해냈고 팀에 대해 시니컬했던 이들도 얼싸안고 서울의 득점을 축하했다. 그전까지 무얼 했든지 간에 골을 넣으면 ‘위아더월드’인 것은 축구를 보는 세계인의 만국공통 특징인가보다.


 



FC서울 박희성의 환상적인 시저스킥 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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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가 끝나고는 보통 뭘 해? 바로 흩어지나?


<앨>?주로 홍대에 가서 맥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거나, ‘치맥’그렇지, ‘치맥’을 하거나 소주에 삼겹살 먹고 이야기하다가 헤어지는 편이야. 멀리서 온 사람들은 바로 집에 가기도 하고. 나는 오늘 일이 있어서 먼저 갈건데, 쟤네들은(다른 이들을 가리키며) 아마 홍대로 갈거야.


 

오랜만의 서울의 승리에 경기장의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후반 막판의 골이 서울을 강등권에서 탈출시켜주었고, 이에 역시 Diablos Nomads 역시 수호신의 경기 뒷풀이 응원에 함께 했다.



FC서울 수호신의 뒷풀이 응원

홍대에서의 뒷풀이


 

IMG_0704 경기를 즐긴 후, 가벼운 뒷풀이로 주말을 마무리하는 Diablo Nomads

 

경기가 끝나고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웠던 것일까, 앨리의 말대로 이들은 홍대의 한 펍으로 향했다. 거기에서도 축구 이야기나 일상 이야기 등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특히나 오랜만의 승리를 거둔 FC서울 덕분에 더욱 들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고 갔는데 “서울은 ACL 8강에서 누굴 만나더라도 탈락할 거야”라며 자조적인 농담을 던지기도 하고, “강등이 되더라도 응원하겠어, 물론 강등되진 않겠지만”이라며 팀의 선전을 바라기도 했다.


 

이렇게 여기서 이들의 일요일 오후는 끝이 났고 월드컵 휴식기간을 지나서 열릴 7/12 슈퍼매치에서 만날 것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이들의 일요일 오후라고 해서 굉장히 여유롭고 즐거운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당장 다음날의 출근을 이야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벗들에게도 일주일 중 가장 괴로운 시점은 일요일 개콘의 “빰빰빰~”하고 끝나는 음악이 들릴 때가 아니던가. 참 세상 사람들,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축구장을 찾는다는 것은 그 경기장의 분위기를 즐기는 것


 

이들에게 축구는 어디에 있더라도 찾는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한국이라는 만리타국에 와서 바로 그 고장의 축구를 찾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들에게 축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고, 축구를 통해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과 만나면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해소하는 것 같았다.


 

날씨 좋은 일요일 오후, 친구들과 함께 마실거리 하나 들고서 좋아하는 팀의 축구를 본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에 대해 다시금 그 가치를 되새기게 되었다. 거기에 더해 이번 경기처럼 환상적인 골이 터지기라도 한다면, 이보다 좋은 순간이 또 있을까. 이러한 축구장의 ‘분위기’는 인종을 초월하고 국적을 초월하고 나이를 초월하고 그리고 언어도 초월한다. 그냥 ‘느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저 ‘느낄 수 있는’ 것의 전율은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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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이지수lee

2014 야축특파원 / 안녕 브로들! 축구하고 축구 보는 게 낙의 전부인 이지수라고 한다.

 

잠 안올땐....... 야동말고 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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