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더리 플레이어를 대하는 케이으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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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더리 플레이어를 대하는 케이으리그
  • 야동말고 축동
  • 발행 2014.04.16
  • 조회수 2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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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 K리그 평관 2만을 위해 야축특파원이 고한다. ?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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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gg (Hong, Yun Seon), Flickr?CC BY 2.0


길고 긴 겨울을 지나 꽃이 만개하는 봄이 왔다.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엔딩’이 다시 순위권에 진입하였고, K리그 또한 긴 잠을 깨고 2014시즌 개막을 하였다. 벚꽃엔딩의 가사처럼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걷다가 축구장을 가면 딱 좋을 날씨이다. 날씨 뿐만 아니라 올해는 월드컵이 열리는 해라는 점도 K리그 관중 동원에 상당히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물론 ‘야축동이 간다’도 한 몫 할 것이다.


 

지난 3월 초 K리그 개막이라는 봄소식과 함께, 날씨와는 반대되는 우울한 소식이 들려왔다. 2003년부터 11년간 원클럽맨으로 활약한 곽희주, 황진성 선수의 재계약 실패 소식이었다. 같은 시기에 FC서울에서 멋지게 은퇴식을 치른 아디의 상황과도 대조되며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곽희주, 황진성 선수도 아디 이상으로 클럽을 위해 헌신하며 팬들의 사랑을 받은 선수들이다. 그러나 올해 그들을 k리그에서 볼 수 없다, 아니 어쩌면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에게는 따스한 봄이 왔지만 황진성, 곽희주 선수의 계절은 아직 겨울에 머물러 있다.


 

레전드라 불러도 아깝지 않을 두 선수들은 왜 아직도 겨울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가???(반갑게도 글을 작성하는 도중 ?곽희주 선수가 FC도쿄와 입단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그들이 왜 이토록 안타까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며, 또 해결 방안은 없는 것인가?




선수가 아닌 구단을 위한 ‘로컬룰’


 

황진성, 곽희주 선수는 현재 현역 선수 중 ‘원클럽맨’ 이라고 불릴 수 있는 거의 유이한 선수들이다. 이들의 이번 재계약 실패와 함께 그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로컬룰’ 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들이 단순히 원클럽맨일 뿐만 아니라 리그에서도 아직 정상급의 기량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더욱 더 주목 받는 이유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규약?규정 2장선수 제19조 1항과 21조 3항에는 미계약 FA라 불리는 ‘로컬룰’에 대해 명시 되어있다. (클릭하면 원문으로 이동)


19조 1항 : ‘2004년 까지 프로에 최초 입단하여 FA자격을 취득한 선수가 타 클럽으로 이적할 경우, 양 클럽 합의에 의해 양수 클럽은 원소속(양도) 클럽에 이적료를 지급하여야 한다.’ ?

21조 3항 : ‘조정 신청을 하지 않았거나 2월 말일까지 어느 구단과도 계약 및 등록하지 못한 FA자격 취득 선수는 다음 연도 FA자격 취득 선수 계약 절차에 의거하여 다시 FA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며, 해당 선수에 대한 소유권은 원소속 구단에 있다’


 

이 '로컬룰'이란 선수를 구단의 자산으로 인식하고 그들에게 초기에 투자한 투자금을 구단이 회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종의 ‘구단 보호법’ 이다.?입단 시에 구단이 선수에게 지급한 계약금을 계약 만료 후에 이적료 없이 팀을 떠날 경우 구단은 이적료 한 푼 없이 선수를 잃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이다. 다시 말해 그들이 입단 시에 받은 계약금으로 인해 그들은 지금 ‘미계약 FA’ 라 불리는 FA아닌 FA신분인 것이다. 이 두 선수는 아직 원 소속 구단에서 권리를 행사 할 수 있는 상태이며 구단이 권리를 포기하고 풀어주지 않는 한국내에서는 뛸 수 없는 상태이다. 그들이 선수로서 첫발을 내딛으며 처음 계약한, 당시에는 선수 가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계약금이 이제 와서 그들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이러한 룰은 세계 어느 곳을 찾아봐도 없는 우리만의 룰이다. 물론 이 룰은 2004년 이후에 계약한 선수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내용으로, 자연스럽게 사라질 법이다. 하지만 아직 이 룰에 해당되어 같은 상황에 있는 선수들이 많이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연맹에서 규정한 룰을 당장 바꿀 수는 없다. 자신들이 정해놓은 법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꾼다면 리그를 총괄하는 연맹의 권위가 떨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연맹은 구단과 선수가 만족하고 이해할 수 있는 ‘윈윈 할 수 있는 새로운 로컬룰’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더 많은 내용은 서호정 기자의 칼럼 "<카더라수사대5> 황진성·곽희주, K리그 타팀으로 이적할 수 있나요?" 을 참조하도록


 

수익성 낮은 K리그와 예산이 한정적인 구단


 

황진성, 곽희주 두 선수 모두 k리그 정상급의 플레이어이다. 이는 그들을 계속 구단에 잔류시키기 위해서는 그들의 급에 걸맞는 연봉을 지불해야 함을 의미한다.


 

K리그 구단들의 구조상 모기업의 투자 혹은 지자체의 지원금이 구단 운영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모기업의 투자금은 늘어나지 않으며, 글로벌 노동 시장에서 선수들에게 지불해야 할 연봉의 수준은 나날이 올라가는 추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단은,?과거의 최은성 선수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고액 연봉자들과 베테랑 선수들에 대한 정리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위에서 선수를 클럽의 주요 자산으로 인식한다고 하였으니, '자산'이란 단어의 뜻을 정확하게 알아보자.


회계학에서 보는 자산 - 보유하고 있으면 이익이 창출될 것이라고 기대되는 유무형의 것


회계학에서 보는 부채 - 보유하고 있으면 비용이 발생될 것이라고 기대되는 유무형의 것



 

선수가 구단의 자산이라는 것은 구단 소속으로 있을 때 어떤 경제적인 이익이 기대된다는 뜻이고, 티켓판매 증가, 유니폼 판매, 스폰서 유치, 이적료 수입이라는 계정으로 현금화 할 수 있다. ?실례로 해외 프로 구단의 경우 선수단 연봉은 거의 티켓 매출과 밸런스를 맞추고 있으며, 이는 더 높은 연봉의 선수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티켓값을 올리거나 평균 관중수를 늘려야 함을 시사한다.


 

프로 스포츠의 가시적인 목표는 관중 동원 증가로 인한 매출 증가이다. 선수의 연봉은 그 선수의 실력과도 비례하겠지만, 동시에 그 선수가 구단의 수익 창출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도 반영하고 있다. 시장의 원리에 따라 더 높아진 연봉을 감당할 수 없는 구단은 고액 연봉자들을 방출할 수 밖에 없겠지만, 열정적으로 팀을 응원하는 팬들의 마음을 잃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k리그 구단 중 수익을 내는 구단은 단 한 곳도 없기 때문에 구단에서 레전드의 가치에 걸맞는 고액을 투자하여 붙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레전드의 가치를 시장에서 증명하라


 

만약 구단이 레전드의 가치를 책정해 지급할 수 없다면 레전드의 가치를 팬들에게 평가 받는 것은 어떨까?


 

최근의 뉴욕 양키스의 사례가 아주 좋은 답이 될 것 같다. 양키스는 지난 시즌까지 19년동안 뒷문을 책임지던 마리아노 리베라의 은퇴와 동시에 그의 고향인 파나마에서 기념경기를 열고, 은퇴를 기념하는 모자를 제작하여 판매하고 있다. k리그도 무작정 레전드들과 이별하는 대신 이와 같은 방법으로 그들을 이용한 상품을 제작하여 판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예를 들면 머플러에 그 선수의 커리어를 새겨 판매하거나, FC서울의 아디처럼 기념 유니폼을 제작하여 판매하는 식의 방법 말이다. 이로 얻은 수익으로 레전드들의 연봉의 일부를 부담한다면 구단과 선수 그리고 팬들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될 것이다.


상품 1개를 팔아 1만원이 남는다면, 1만개를 판매 성공하면 1억원의 기금이 조성될 것이다. 얼마전, K3리그 시절부터 팀에 헌신한 허건을 방출할 수 밖에 없었던 구단을 대신해 연봉 모금을 진행하며 훈훈한 감동을 주었던 부천FC 헤르메스의 방법 보다 조금 더 프로 구단의 시장 논리로 접근한 방법이다. 부천FC의 팬들은 우리에게 진한 감동과 여운을 남겼지만, 그러한 방법이 프로 구단 운영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으리를 지키기 위해 황진성을 보유하고 있지만 4카임에도 시장가치가 23만 EP에 불과하다 으리를 지키기 위해 황진성을 보유하고 있지만 4카임에도 시장가치가 23만 EP에 불과하다

구단과 선수 그리고 팬들에게도 의미있는 판매가 충분히 흥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것은 어떨까? 피파온라인 유저들을 상대로 레전드 선수카드를 판매하는 것이다. 구단, 혹은 프로 연맹이 피파온라인3를 서비스하는 넥슨사와 함께 'k리그 전설의카드' 를 제작해 판매로 얻는 수익을 배분하는 것이다. 이 방법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축구도 야구와 같이 선수협같은 조직이 라이센스 계약을 진행하고 선수들과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물론 ‘k리그 전설의 카드’ 능력치를 어느 정도 높여줘야 잘 팔릴 것이다.


동시접속자 18만명을 자랑하는 피파온라인 유저들의 관심을 끈다면 흥행과 수익은 분명히 보장될 것이다. 넥슨 입장에서는 게임 중독법때문에 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프로축구 흥행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뛰놀 수 있는 장을 만들 수 있다는 훌륭한 명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괜히 게임 중독 걸린 아이들을 위해 어린이 병원에 기부해봤자 병주고 약주고 같은 이미지만 내고?그닥 효과가 없을 것 같다)


 

정착되지 않은 레전드 문화


 

라이언 긱스, 스티븐 제라드, 하비에르 사네티, 프란체스코 토티… 이들의 이름을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이들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 인테르 밀란, AS로마를 상징하는 인물들이다. 이들을 레전드 혹은 레전더리 플레이어(Legendary Player)라고 부르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가끔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보면 머리가 하얗게 물든 라이언 긱스가 경기에 출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를 보면 마치 할아버지가 경기에 뛰는 것 같아 재미있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부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그들은 은퇴하게 되어도 자신의 구단에 대한 애정은 영원할 것이며 코치 혹은 감독이 아니더라도 어떠한 방법으로도 구단의 상징으로 남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k리그는 어떤가? 과연 각 클럽을 상징하는 레전드라고 부를 수 있는 인물이 있는가? k리그를 대표하는 인물은 많이 있다. 그러나 제라드-리버풀과도 같이 특정 구단을 상징할 정도의 인물은 내가 알기로는 몇 명 없다!

이 책을 읽어보고 공부 좀 해야겠다.
사진 클릭하면 인터파크로 연결되니, 좋은 책은 사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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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선수 개인의 노력과 더불어 구단의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 프로 구단의 경영에서 손해를 감수하면서 까지 레전드 플레이어들을 우대해 줄 수는 없다. 구단이 레전드 플레이어를 홀대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많은 팬들은 실망하고 있다. 구단이 당장 손해를 보면서까지도 레전드를 인정하고 의리를 지켜주길 바라는 것이 팬들의 마음이다. 레전드 선수의 가치를 금액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장기적으로 구단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구단은 레전드의 가치가 결국 구단의 가치라는 것을 이해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쉽게 포기하지 말고 그 가치를 실현시켜야만 한다.


 

버스커 버스커가 봄과 벚꽃이라는 두 재료로 ‘벚꽃엔딩’이라는 봄을 상징하는 레전드 곡을 만들어 매년 4월이면 마르지 않는 저작권 수입을 기대하게 된 것 처럼, ?K리그 클럽들도 레전드 플레이어라는 재료로 세월이 갈 수록 빛을 더하는 가치를 팬들에게 선사하길 바란다.


 

written by 김동현

김동현

2014 야축 특파원

'사람들이 내 이름을 기억하길 바란다'라는 티에리 앙리의 명언처럼 사람들이 나의 글을 기억하길 바란다

 

‘레전더으리 플레이어(Legendary Player)와의 의리를 지키는 케이으리그(K League)가 되자’라는 무모한 드립으로 칼럼을 마무리 한다. 누가 합성한 짤인진 모르겠으나 잘 빌려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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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야축 창간 특집 "K리그 평관 2만을 위해 고한다"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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