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사람들에겐 이름도 생소한 산 마리노.
세계에서 5번째로 작은 초미니 규모의 남유럽 국가.
울릉도보다 작은 땅.
인구 규모는 강원도 인제군과 비슷한 수준이다.
작은 규모의 한계를 이기지 못하고 매번 대패 수모를 겪는 축구 국가대표팀.
유럽 예선에서 산 마리노와 한 조에 묶이면 모두가 환호한다.
무조건 승점 3점은 따놓고, 최대한 많은 득점이 필요하다.
과거 국가대표 팀 라인업을 보면 더욱 실감할 수 있다.
주전 라인업 선수 한 명을 제외하곤 모두가 다른 직업을 갖고 있다.
그나마 한 명 있는 선수도 이탈리아 4부리그 소속.
최근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에겐 한 골 한 골이 곧 역사다.
승리는 물론이고 한 골조차 기록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
축구선수가 본업이 아닌 이들에겐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상대는 유럽의 내로라하는 축구 강국들.
승리보단 패배가 익숙한 이들.
한 골이라도 넣으면 마치 월드컵 우승이라도 한 분위기가 펼쳐진다.
그들의 처음이자 마지막 승리는 자그마치 16년 전인 2004년이다.
리히텐슈타인을 상대로 1-0으로 승리했던 당시의 기적.
이후 또다시 10여년 간 연패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들이 연패 사슬을 끊은 건 2014년이었다.
유로 2016 예선에서 에스토니아와 0-0 무승부로 극적인 결과를 연출했다.
무려 10여년 만에 거둔 쾌거였다.
하지만 이후 산 마리노에겐 너무도 가혹한 시간이 이어졌다.
그렇게 4년 간 또다시 산 마리노에게 이어진 연패 행진.
마침내 지난 10월, 기적이 일어났다.
네이션스리그 리히텐슈타인을 상대로 0-0 무승부, 승점 1점 획득에 성공한 것.
실로 오랜만에 따낸 승점.
놀랍게도 그들의 기적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최근 지브롤터를 상대로 또 한 번의 기적을 연출했다.
후반 들어 선수 한 명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놓였던 산 마리노.
끝까지 막아내며 또 한 번의 0-0 무승부를 만들어냈다.
그와 동시에 산 마리노의 네이션스리그 2경기 연속 무패 행진.
경기가 끝난 순간 그들은 벅차오른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비록 승리도 아닌 2연속 무승부였지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던 기쁨.
경기 후 인터뷰에서 산 마리노 선수 로시는 오열하고 말았다.
최근 150경기 147패, 그리고 669골의 실점.
그 모든 수모를 잊게 만드는 무승부였다.
누군가에겐 당연한 승점 1점, 혹은 아쉬운 결과.
하지만 그 승점이 누군가에게는 수십 년을 기다린 결과일 수 있다.
FIFA 랭킹 210위, 그리고 최하위.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꼴찌가 선사한 축구의 아름다움이었다.
움짤 출처 : 'Dom', 'Alan'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