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가 열등감을 느꼈던 특급 재능...” 히딩크가 사랑했던 선수의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월드컵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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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수가 열등감을 느꼈던 특급 재능...” 히딩크가 사랑했던 선수의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월드컵 11분
  • 이기타
  • 발행 2019.12.12
  • 조회수 6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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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었다."

선수 시절 이천수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넘치는 당돌함이 때로는 독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천수도 학창 시절 열등감을 느꼈던 라이벌이 있다.

1999년, 함께 부평고 전성기를 이끌었던 동기 최태욱이다.

 

 

초등학교 시절 전국 선수 랭킹 1위를 달린 특급 재능이었다.

이천수는 당시 그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를 따라잡기 위해 못하는 척 연기를 했다."

"그러다 최태욱이 잘 때 더 연습했다."

"한참 노력한 끝에 겨우 따라잡을 수 있었다."

 

ⓒ KBS 뉴스화면 캡쳐

 

최태욱의 재능은 프로 무대에서도 빛났다.

소속팀 안양LG에서 맹활약하며 히딩크 감독의 눈에 띄었다.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한 상암 월드컵 경기장 개장 첫 골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히딩크 감독은 특유의 스피드와 성실함을 높게 샀다.

월드컵 직전 최종 리허설이었던 잉글랜드와 프랑스전에서도 연이어 선발 출전했다.

사실상 준주전급 자리는 따놓은 당상이었다.

 

ⓒ KBS 뉴스화면 캡쳐

 

하지만 정작 대회 직전 불의의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대회 초반 아예 결장했고, 그 사이 경쟁자 이천수와 차두리가 맹활약했다.

결국 경쟁에서 완전히 낙마한 최태욱은 대회 내내 벤치만을 지켰다.

그렇게 대표팀의 선전만을 지켜본 그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 KBS '볼쇼이영표' 방송화면 캡쳐

 

마지막 경기였던 3-4위전 터키전에서 후반 설기현과 교체돼 꿈에 그리던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불과 11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과감한 돌파와 크로스로 큰 임팩트를 남겼다.

그동안 쌓였던 한을 푸는 듯한 경기력이었다.

그렇게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최태욱은 필드 위에 무릎을 꿇고 흐느꼈다.

그의 오열 장면은 당시 대회 주관사 KBS를 통해 전세계로 송출됐다.

그리고, 이 장면은 최태욱의 월드컵 처음이자 마지막 모습이었다.

 

 

히딩크가 인정한 재능과 잠재성, 게다가 병역특례까지 받은 그의 앞날은 창창해 보였다.

하지만 이후 기대만큼 성장하진 못했다.

K리그에선 정상급 선수로 활약했지만 대표팀과 인연은 없었다.

그래도 현재 벤투호 코치로 대표팀과 연을 맺은 최태욱.

선수로 못 이룬 월드컵 꿈, 지도자로서 다시 이뤄나가길 응원한다.

평범함은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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