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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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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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 2017.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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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백마 탄 왕자 , 모나코 왕자 등 수많은 왕자가 난무하는 요즘, 이탈리아 로마에는 진짜 왕자가 있다. ‘로마의 왕자' 프란체스코 토티(Francesco Totti). 이름부터 신성한 이 남자는 자신의 이번 시즌을 끝으로 로마의 유니폼을 벗는다.


로마의 심장, 왕자, 황제, 원클럽맨, 판타지스타, 트레콰티스타, 영구 결번 등 수많은 수식어가 그를 따라다니고 있다. 그에게 이토록 많은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왜 로마의 왕자 그리고 로마의 레전드로 불리는지 이 글을 보는 사람들과 '함께' 알아가는 것이 이 글을 쓴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머나먼 이국 땅에 있는 그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은 인터넷 뿐. 오늘도 난 모니터 앞에 앉아 검색창에 '프란체스코 토티'를 신나게 검색 중이다. 누군가 나를 로마로 보내준다면, 더 좋은 글이 나올지도 모른다. 나 좀 보내줘라.

로마의 마지막 10번



2013년 3월 30일 제임스 팔로타 AS로마의 회장은? 토티의 등번호인 10번을 영구 결번으로 지정하겠노라 말했다. 게다가 토티의 은퇴식은 “적어도 한 달 정도의 시간을 은퇴를 기념하는 시간으로 할애할 것”이라고 호언했다. 이 발언으로 이번 여름에는 한 달 정도의 은퇴식을 가질 토티는 AS로마의 마지막 10번이 될 예정이다.


우리나라 축구팬들이라면 이런 파격적인 대우가 어색하고 의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토티가 로마에서 행한 업적을 본다면 로마 최고의 스타에 대한 제임스 팔로타 회장의 이런 예우가 충분히 마땅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아니 마땅하다 못해 한 달이라는 시간도 짧아서 아쉬울 정도다.


 

Only Rome





토티는 AS로마에 볼보이로 들어가 1988년 AS로마 유소년 팀에 입단했다. 그 후 그의 나이 16세가 되던 해인 1992년, AS로마 소속으로 세리에A에서 프로 데뷔를 했다. 데뷔하고 5년이 지난 1997년, 21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AS로마의 역대 최연소 주장으로 선임됐다. 그리고 현재 2014년, 그는 27년이라는 긴 세월을 ?AS로마에서 선수로 뛰고 있다. 물론 아직도 AS로마의 주장은 토티다.


토티의 개인 기록은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로마에서의 기록을 보면 입이 떡하고 벌어질 정도니까. 굳이 써넣지 않겠다. 검색 한 번 해보자.


왜 토티가 '로마의 왕자'라고 불리는지 알 수 있는 기록들이다. 2006-2007 시즌에는 자신의 주 포지션이 아닌 최전방 공격수로 활약하면서 득점왕을 차지하고 로마의 준우승까지 이끌었다. 최전방과 미드필더를 가리지 않는 토티의 다재다능함을 엿볼 수 있다. 이 시즌의 토티의 전방 배치가 바르샤가 사용하는 제로톱, False9의 시초격이라고 볼 수 있다.



<공을 잡는 것만으로도 관중들을 저절로 환호하게 하는 선수. 토티는 판타지스타다.>

토티는 원클럽맨이다. 레알마드리드, 뮌헨, 바르셀로나 등 명문팀과 관련된 끊임없는 이적설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직도 로마에 남아있다. 더 이상의 이적설은 이제 무의미하다.

2013년 5월 토티가 이적설에 대해 한마디 남겼다.

“ 내 축구인생에서 다른 기회가 많았지만 나는 로마를 선택했다. 내가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많이 잃어버렸다. 예를 들어 챔피언스리그를 우승 못했던 것? 내가 만약 레알 마드리드를 선택했더라면 나는 세번의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하고 두번의 발롱도르를 받았을 것이다. 나는 내 선택에 만족한다. 다만 유일한 아쉬움은 로마에서 두세번 정도의 스쿠테토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자신감과 거만함이 토티가 멋진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토티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이룰 수 있는 일들이기에 단순히 거만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로마의 세 번째 우승
그리고
마지막 우승



꾸준히 멋진 활약을 보여줘 토티의 전성기가 언제라고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의 제1의 전성기는 2000-2001 시즌이다. 유로 2000에서 세계에 이름을 알린 토티는 세리에 A에서도 활약을 멈추지 않았다. 카펠로 감독 아래에서 팀의 트레콰티스타로 나서 13득점을 올리며 AS로마를 그 해의 우승팀으로 이끈다.


유벤투스, AC밀란, 인터밀란, AS로마, 라치오, 파르마, 피오렌티나 등 이탈리아 팀들이 유럽 축구를 지배하던 세리에A 7공주 시절(80년대 후반~ 2002 월드컵 직전)은 지금의 EPL이나 라리가보다 훨씬 더 치열했다. 이 시기의 세리에A 우승은 챔스 우승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2000-2001 세리에A 최종전(vs 파르마). 토티의 선제골로 파르마를 꺾고 스쿠테토를 차지했다. 당시 2위 유벤투스와 승점 차이는 2점에 불과했다.>


 

트레콰티스타 토티



토티는 로마의 트레콰티스타다. 지금까지 토티만큼 트레콰티스타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역할을 충실하게 플레이한 선수는 없었다. 트레콰티스타가 무엇인지 알고나면 토티의 능력을 실감하게 된다.


트레콰티스타란 이탈리아어로?4분의 3을 의미한다. 경기장의 3/4 자리에 위치해 경기를 풀어나가는 역할을 하는 선수를? 뜻한다. 탁월한 기술력을 기본으로 볼을 받을 수 있는 위치 선정 능력과 볼을 수비로부터 간수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또한 언제나 상대편 수비수를 제칠 수 있고, 넓은 시야와 정확한 패싱력, 그리고 언제든 골을 넣을 수 있는 슈팅력도 필요하다.


트레콰티스타를 담당하는 선수는 팀 전술의 중심에 있다. 따라서 감독이 전술적으로 실력과 신뢰가 바탕이 되는 선수를 기용한다. 트레콰티스타는 팀의 에이스이자 심장이다.


 

Totti = Rome 썰!


1. 로마의 상징은 교황과 토티다.


2.?로마에서 존경 받는 인물이 두 명 있는데, 한 명은 교황이고 다른 한 명은 토티.


3.?로마 지하 묘지 부족으로 이탈리아 총리의 자리는 없지만 토티의 자리는 준비돼 있다.


4.?로마에서 기부를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은 토티다. 자신이 쓴 유머집의 인세를 전액 기부했다.


5. 토티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이야기. 이건 썰이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일!

교황과 토티 한 소년은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고
교황은 그 소년을 위해 기도해 준다고 했다.
그리고 청년이 된 그 소년은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어
교황과 재회한다.
<사진 출처 - www.corbisimages.com>

누군가 로마로 나를 보내준다면 이런 썰들이 사실인지 조사해 오겠다. 로마의 상징과 시민들이 존경하는 인물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토티가 썼다는 유머집을 보면서 지하 묘지에 토티의 자리가 남아있는지도 확인해서 올 것을 약속한다.


아직 토티의 선수 생활을 끝나지 않았다. 레벨 99가 끝인 줄 알았던 나를 비웃고 계속해서 승급에 승급을 거듭하는 바람의 나라 캐릭터처럼, 토티는 경험치를 끝없이 쌓으며 왕자에서 황제로, 황제에서 로마의 신으로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고 있다. 토티의 신체적인 성장은 일찌감치 멈췄지만 축구에 대한 지능과 경험치는 나날이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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