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발의 맙소사": 왼발의 마법사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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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발의 맙소사": 왼발의 마법사들#3
  • 최명석
  • 발행 2014.11.04
  • 조회수 5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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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발의 맙소사": 왼발의 마법사들#3


 

<글을 읽고 비판해주시길, 특정 선수를 비난하기 위해 쓴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아드리아누 관련 기사 추가 했습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초등학교때부터 고3까지, 12년 동안 공부한 것을 "수능"이라는 시험 한번으로 진로를 결정한다.

축구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십수년간 축구공 하나만 바라보며 살았고, 눈을 감고도 찰 수 있을 만큼 피땀흘려 연습 했지만 "결정적 순간" 한번에 희비가 교차한다.

물론, 단언컨데 수능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며 한 번의 경기가 선수인생을 좌우하진 않는다. 인생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길고, 기회는 반드시 또 온다. 축구선수로서 플레이 할 수 있는 기회 또한 반드시 다시 온다.

미생, 우리는 미생이다.


"알면서 하니까 실수인거야. 같은 실수 두 번하면 실력인거고."


-드라마 <미생> 오과장



 

누가봐도 실력은 출중하다. 누가봐도 실수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 실수가 하필 왜 거기에서 나온 것일까를 생각해보면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왼발의 마법사들 마지막편은 왼발로 흥했다, "맙소사!"를 외치게 했던 선수들이다.

좋은 의미의 "맙소사"와, 나쁜 의미의 "맙소사"의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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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석주(전남 감독), 왼발 프리킥 골!!! 넣고 3분 후...


왼발의 달인. 현 전남 드래곤즈 감독.



우리나라 선수 중 가장 클래식한 왼발의 달인으로 불리는 선수는 하석주다. ?지금은 감독이지만 그의 선수생활은 화려했다. 그 정점은 98년 프랑스 월드컵. 멕시코와의 첫 경기에서 선제 프리킥골을 넣는다. 왼발이었다.

멕시코전 짧은 요약 영상


 


 

전반 27분 수비벽을 맞고 골키퍼 캄포스의 왼쪽으로 떨어지며 골인이 된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3분 뒤...

하석주는 레드카드를 받는다. 98년 월드컵에서 유난히 강조된 백태클 금지령의 첫번째 희생자가 된 것이다. 당시 FIFA는 선수보호 차원에서 공을 건드리더라도 선수의 뒤에서 태클하는 것을 강력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본보기로 희생양이 됐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첫골을 넣은 좋은 분위기에서 하석주의 레드카드는 찬물을 끼얹었고, 경기는 숫적 우위를 점한 멕시코의 페이스에 말렸다. 그리고 경기는 3대1 역전패.

하석주의 선제골보다 백태클이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이유는 그의 골이?월드컵 사상 첫번째 선제골이었기 때문이있다. 강호 멕시코였지만, 당시 역대 최강의 멤버를 자랑했던 대한민국 대표팀이었고, 아시아 예선에서 파죽지세로 올라왔기 때문에 월드컵 첫승과 16강에 대한 염원은 그 어느때보다 강했었다.

국가대표에서 94경기에 23골이라는 훌륭한 기록과, 부산 대우 로양즈, 세레소 오사카, 빗셀 고베, 포항 스틸러스 등 명문팀에서의 선수생활도 준수했지만, 역시나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건 맙소사, 백태클 뿐이다.

 

 

2. 염기훈(수원 삼성), 왼발의 맙소사!


염긱스, 왼발의 마술사, 염구, 염기유천? ....



케이리그를 대표하는 왼발의 스페셜 리스트다.

왼발 킥과 측면 돌파가 주특기며, 프리킥과 코너킥 등 킥력은 케이리그에서 단연 톱이다. 하지만 그런 그의 왼발도 하필... 왜 그때 그랬을까?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그의 왼발은 몹쓸짓을 했다.

(5분43초 중 3분19초: 염기훈 왼발 슛)


 

어떤 선수든 자신의 주(main)발로 공을 차고 싶어한다. 긱스도 카를로스도 아마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결정적 찬스를 날려먹은건 사실이지만, 그를 대체할 선수도 없었고, 다른 선수들도 기회를 살리지 못한건 마찬가지다. 염기훈이 그렇게까지, 비난을 받아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상대가 우승 후보였던 아르헨티나였다는 점을 감안해 봤을 때, 한 골은 놓쳤지만 수비나 ?공격작업에서 꽤 준수한 활약을 했다는 것에는 동의를 할 수 밖에 없다. 독일의 '키커'지에는 2010년 월드컵 올타임 평점에서 이청용의 뒤를 이어 이정수와 함께 염기훈을 2위로 평가했다.

 

?


 

현역 케이리그 최고의 왼발임에는 틀림이 없다.

 

3. 혼다 게이스케(AC밀란), 후지산 폭발 코너킥




일본 최고의 선수이며?수많은 이적설을 뿌리고 다녔던 혼다 게이스케. 그가 정착한 곳은 세계 최고의 클럽 AC밀란이다. 이적?초기 적응을 못하기도 했지만, 14/15시즌은 주축으로서 AC밀란을 이끌고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혼다의 왼발은 저격총 수준이다. 정확하고 강력하다”


- AC밀란 필리포 인자기 감독



 


 

인자기 감독의 칭찬이 무색하게 혼다는 역대 최악의 코너킥이라 평가를 받는 웃지못할 상황을 만들어 낸다. 야나기사와의 전설의 후지산 폭발슛이 기억나는 순간이었다.


 

혼다는 피지컬과 볼키핑, 패싱, 프리킥 능력이 역대 일본 최고였던 나카타에 버금간다. 특히 무회전과 감아차기를 동시에 구사하는 프리킥은 큰 무기다. 지한파로 알려진 혼다는 박종우의 독도 세레모니에 "애국심의 발로이며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수 많았던 이적설을 견뎌낼 수 있었던 그의 멘탈은 갑!

2012년 브라질과 A메치에서 4대0으로 진 후에도 그는 이런 말을 남였다.

"승패를 따지기 이전에 재미있는 경기였다."

일본인 중에서 보기 드문 멋진 남자다.

 

4.아드리아누(아틀레치쿠 파라나엔시), 트러블메이커


망할놈의 아드리아누



축구황제 호나우두의 뒤를 이을 스트라이커로 주목받았다. 인테르의 황제라 불리며 막강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강력한 왼발은 주무기였다. 브라질리언답게 뛰어난 개인기와 볼컨트롤 등, 포스트 호나우두로 손색이 없었다. 특히 게임에서는 지존급 능력치.

오늘도 믿고보는 HeilRJ



하지만 그의 전성기는 빨리 끝났다. 지나치게 높았던 기대치와 재능은 엉뚱한데로 튀었다. 과음, 폭식, 나이트클럽, 파티로 몸이 망가지며 똥배가 나왔다. 참다못한 만치니 감독은 브라질 상파울루로 임대를 보내게 된다.


이후 만치니는 멘시티로 떠나고, 무리뉴 감독이 왔으나 아드리아누의 재능을 다시 볼 수는 없었다. 아버지를 여읜 아드리아누는 지각을 밥먹듯이 하고 술을 퍼마시며 살았다. 심지어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에게 싸움을 걸었다 털리는 상황도 발생했다는 소문.


모라티 구단주의 실드와 무리뉴의 인내심이 아드리아누를 갱생시킬 수 있을거라고 믿었지만.. 그는 돌연 은퇴를 선언한다.


"축구에 대한 열정을 잃었습니다."


-아드리아누





아드리아누는 방출된다. 너무 길어진다. 짧게 하면 브라질에서 활약하다 다시 AS로마로 돌아왔지만, "황금쓰레기통 상" 이라 불리는 비도네 도로 3ㅚ 수상자가 된다. 이 상은 그해 세리에A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활약을 보인 선수에게 주는 것이며 아드리아누는 2006년, 2007년, 2010년 3회 수상하는 불명예를 얻게 된다.


이후 다시 브라질 코리치안스로 이적, 부상으로 쉬다가 장난으로 총을 쏴 여자를 부상시키는 일도 발생한다. 2006년 이후 그 엄청난 재능은 바닥에 떨어지고 호나우두와 호마리우의 후계자로 불렸던 그는 말 안듣는 되지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현역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아틀레치쿠 파라나엔시와 다시 계약을 맺었다. 이후에도 훈련에 불참하는 등 몹쓸 짓을 했지만, 지금은 어떻게 됐는지.. 안타까운 재능이다.



(11월5일 추가)


아드리아누가 마약범으로 체포됐다는 소식이다...


기사에 따르면 축구선수 아드리아누(32)가 마약조직과의 거래한 혐의로 긴급체포됐다고 한다.

5일(한국시각) 브라질 주요 언론들은 “아드리아누가 리우데자네이루 검찰에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브라질 검찰은 아드리아누가 최근 구입한 오토바이를 마약 브로커에게 선물한 일이 마약 거래와 연관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아드리아누가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게 된다면 최대 징역 10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맙소사.. 정말 왜이러냐... 멍청아... 정신차려..


(기사) ‘전 브라질 축구대표’ 아드리아누, 마약조직과 거래 혐의로 체포


5. 고종수(수원 삼성 코치), 비운의 천재


고종수 존(zone)이라고 들어봤나? 아크 앞 정면, 오른쪽에서 고종수가 프리킥을 찬다는 건, 패널티킥과 다름 없이 다 들어간다는 말. 오바해서가 아니라 진짜, 다 들어갔다.

앙팡테리블. 그라운드의 풍운아.

드디어 "왼발의 마법사" 마지막 선수, 이 시리즈를 있게 한 선수다. 고종수.

kojs04 고종수의 왼발은 진짜다.

며칠 전 이동국을 인터뷰한 한 기사에서 봤다.

이동국에게 고종수란?


“지금은 수원 삼성의 코치로 있지만, 이 분은 지금 시대에 태어났어야 한다. 너무 일찍 태어났다. 그로 인해 사람들의 선입견과 색안경 속에서 생활했다. 만약 종수 형이 지금 시대에 축구선수로 활약했다면 스페인의 이승우는 명함도 못 내민다. 왼발 하나로 모든 걸 끝낼 수 있는 선수였다. 이런 선수를 ‘축구천재’라고 불러야 한다.”


-이동국



그렇다. 정확하게 이동국이 고종수를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고종수의 왼발은 전세계 최고 수준이었다고 자부한다.

 

전설로 내려오는 세계올스타전에서 왼발 프리킥(25초, 고종수 프리킥)



고종수는 98년 K리그 MVP를 받으며 안정환, 이동국, 김은중 등과 함께 K리그 전성시대를 연다. 그해 출전한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인상깊은 왼발 슛을 날리며 모든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K리그에서 김호감독의 수원삼성 전성시대를 연 주역이었다.

히딩크호의 황태자.

고종수 원조 히딩크의 황태자

고종수는 희딩크호의 첫번째 황태자였다. 부상으로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그의 재능은 히딩크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후 부상이 시작됐고 2002년 이후 선수생활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J리그 진출 실패, 팀내 ?부적응, 차범근 감독과의 갈등 다시 부상, 중간중간 언론의 농간. 정말 시대를 잘못 타고난 비운의 스타 1호다. 2호는 이천수?

2007년 대전시티즌으로 입대한 후 철이 든 모습과 축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대전의 6강 플레이오프에 혁혁한 공을 세운다. 2008년 주장을 받았으나 부상과 연봉문제로 다시 힘들어하다 은퇴를 하게 된다. 지금은 수원상섬 코치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고종수 존이다!!!



한때 리니지 아덴 연봉설이 있었고, TV출연과 뮤직비디오 등 출연으로 축구를 등안시하고 겉도는거 아닌가 하는 질책이 많았지만, 이것들은 전부다 해프닝에 불과했다. 10년만 늦게 태어났더라면 이렇게 욕먹지는 않았을 일들인데.. 아쉽다.

지난 6월 <우리동네 예체능>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131km의 프리킥을 기록하며 아직도 살아있는 왼발을 보여줬다. 리니지 설도 해명하며 살아있는 예능감을 보여줬는데, 팬으로서 참 기분이 좋은 모습이었다.

고종수와 염기훈 왼발 대결



 

 


"인생은 멀리서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찰리채플린



선수생활 전체가 망했다는 게 아니라, 그 경기 한번 망쳤다는 것이다. 한 경기, 잠깐의 실수는 비극이었지만, 이들의 플레이를 기억하고 환호했던 많은 팬들이 있었기에 이들의 선수생활은 희극이다.

왼발의 맙소사! 우리는 선수들에게?너무 많은, 너무 오랜 비난을 하고 있는건 아닌가 하고 생각해본다. 한때의 맙소사가 아픔의 안타까움의 탄식이었다면, 언젠간 기쁨의 맙소사를 외치게 해줄 날이 분명 있을 것이다.

 

**왼발의 마법사 시리즈 1,2,3**


1)?“난 왼발잡이야”: 왼발의 마법사들 #1


2)?“전설의 왼발잡이”: 왼발의 마법사들#2


3)?"왼발의 맙소사": 왼발의 마법사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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