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 잘해서 축구 감독이 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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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M 잘해서 축구 감독이 된 이야기
  • 발행 2014.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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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를 하기 전에 친구들과 '서든 어택'이라는 게임을 자주했다. 그리고 우리 모두 군대를 가지 않았기 때문에 쉽사리 착각에 빠졌다. '난 분명히 총을 잘 쏠 거야'라고 말이다. 하지만 막상 훈련소에 들어가고 사격훈련에 돌입하자 나는 당황했다. 서든어택에선 멀리 떨어진 적의 머리도 그냥 쉽게 노리곤 했었는데 훈련소에선 가까이에 있는 목표물도 호흡에 따라 못맞추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게임과 실제가 얼마나 큰 차이를 가지는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오랜 유행어를 빌리자면 이런 느낌이다. "게임은 게임일 뿐 따라하지 말자"


하지만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게임은 다른데...'하면서 반론을 제기할 것이다. 바로 FM(Football Manager)때문이다.(당신이 꼭 해봐야할 축구게임 TOP 3)


football-manager-2014


FM은 참으로 대단히 현실적이다. 최근에 등장하는 스타 플레이어들 가운데 낯이 익다 싶은 선수가 있으면 반드시 몇 년 전에 FM에서 유망주로 봤던 선수들인 경우가 많다. 이런 정도로 FM이라는 게임은 사실적인 시스템과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독이 되어보는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게임이다. 여기 FM이라는 게임을 통해 실제 축구팀 감독에 도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이를 소개하려고 한다.


 

 

존 부알로가 실제로 미들스보로 팀에게 보냈다는 메일. 자신의 FM팀의 커리어를 자랑스럽게 써놨다. 존 부알로가 실제로 미들스보로 팀에게 보냈다는 메일. 자신의 FM팀의 커리어를 자랑스럽게 써놨다.

1. 존 부알로 (미들스브로 감독에 지원)


존 부알로(John Boileau)는 2006년 미들스브로 팀에게 메일을 보냈다. 당시 공석이었던 감독직에 지원하기 위해서다. 메일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깁슨 씨에게

저는 지금 공석인 미들스브로 팀의 감독직에 지원하기 위해 이 메일을 보냅니다. 제 지원서를 새 감독을 찾는 가운데 고려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 자리는 저를 위한 자리인 것 같습니다. 저의 축구에 대한 열정과 경험 그리고 자격을 고려할 때 말입니다.

저는 축구감독을 하는 데에 있어서 실제적이고 기술적인 면을 모두 갖추었습니다. 특히나 전략적이 저에게는 중요한데 저는 저의 축구 전략적인 능력을 FM 2005를 통해 증명해냈습니다. 저는 넌이튼 보로, 키에보 베로나, 칼마르FF, 돈카스터 그리고 첼시에서 감독직을 수행했습니다. 물론 키에보에서의 경험은 좋지 않았고 결국 경질되었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맡았던 클럽들에게 큰 성공을 안겨왔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FM 2005에서의 경험은 제가 근로비자, 스카우팅, 전술 그리고 개별 선수 관리에 있어서 전문가가 되는 데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 주요 경력

1. 티에리 앙리, 라울 그리고 페르난도 토레스를 돈카스터의 주 공격수로 데려왔음.

2.루쉬덴&다이아몬즈 FC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진출시킴. (팀에 지네딘 지단, 호나우딩요를 데려왔음)

3. 넌이튼 보로 (우리집 앞에 있는 클럽)를 8년만에 컨펄런스 노스(6부리그)에서 챔피언쉽(2부리그)까지 이끌었음.


참 재미있고 생각해보면 대단한 이력이다. 이에 대한 구단 측의 답변이 더욱 재치있고 재미 있었다.

존에게,

미들스브로 팀의 감독직에 지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물론 당신은 대단한 지원자임에 틀림이 없지만 저희가 고심 끝에 당신을 채용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당신의 의심할 여지 없는 재능은 다른 큰 유럽의 클럽들에서 원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저희는 당신의 지위에 있는 사람이 우리를 당신의 직장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을 우리가 발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부알로의 FM으로 감독되기 작전은 실패로 끝났다.


 

 

실제로 FM을 통해 아제르바이잔 프로 축구팀의 감독이 된 호슨자데. (사진=FK BAKU 홈페이지) 실제로 FM을 통해 아제르바이잔 프로 축구팀의 감독이 된 호슨자데. (사진=FK BAKU 홈페이지)

2. 실제로 감독이 된 호슨자데 (FK BAKU)


호슨자데는 FM을 통해 얻은 지식과 축구 감독 감각을 통해 실제 프로축구팀의 감독이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어린 나이(21세)에 감독이 된 것이다. 그가 감독이 된 계기는 이러하다.


그는 아제르바이젠에서 태어났다.(1991년생) 어린 나이에 그는 그의 부모와 함께 스웨덴으로 이민을 갔고 스웨덴과 보스턴에서 공부를 한다. 17살의 호슨자데는 FK바쿠와 리투아니아 클럽인 에크라나스가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두고 벌인 경기를 보기 위해 아제르바이젠의 파네베지로 간다. 그리고 거기서 FK바쿠의 단장인 하지프 마마도프와 인연을 맺는다. 호슨자데는 마마도프 단장과의 대화에서 축구계에서 일하고 싶은 열망을 밝혔고 마마도프 단장은 그가 학교를 마치면 바쿠에 오라고 말했다.


그리고 호슨자데는 보스턴에서 경영학 공부를 마친 후 아제르바이젠으로 와서 FK 바쿠에서 2011년 2월부터 고문자격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해 전임 감독이 떠나면서 감독으로 선임된다. 그는 또다른 감독 후보였던 프랑스의 유명한 스트라이커 장 삐레 파핀을 제치고 FK바쿠의 감독으로 임명되었다. 그 과정에서 호슨자데가 10년이나 FM을 했던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한다.

?나는 언제나 축구계에서 일하고 싶어했어요. 그리고 2002년부터 FM을 플레이해왔죠.

그는 인터뷰를 통해 처음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감독에 부임하고 만나는 실제 세상의 모든 것이 게임과는 조금 달라 힘들었다. 하지만 조금 적응하는 시간을 거치고 나니 좋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었고? 실제로 선수들이 어떤 식으로 생활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선수들과 처음에는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지만 이제는 모든 선수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고 그들을 대하는 방법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스태프들이 선수들을 행복하게 해주어야 한다, 그 반대가 아니라 말이다.


FM을 한 것이 이 직업을 준비하는 데에 도움을 준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어요. 하지만 FM을 한 경험이 이 직업의 세세한 부분들과 책임에 대해서 알도록 해주었죠. 하지만 게임과 실제는 전혀 달라요.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해요. 만약 당신이 식당을 경영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고 가정해봐요. 그렇다면 식당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을 먼저 다운받아서 한 번 해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



그렇게 호슨자데는 FM 덕에 자신의 오랜 꿈을 이루었다.

 

 

잉글랜드 6부리그 Conference south의 바스 시티 FC 잉글랜드 6부리그 Conference south의 목욕의 시 FC

**보너스(분명히 FM하면서 지원했을 것 같은 사례)? - 양원재? 군 (바스 시티 감독에 지원)


1994년생인 양원재 군은 이름에서 느껴지는 친숙함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인이다. 그는 지난 2011년 바스시티FC에게 무려 100통의 메일을 보내 자신이 판단하는 팀의 문제와 자신이 감독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밝혔다. 첫번째 메일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 사는 양원재입니다. 제가 메일을 보내게 된 이유는 바스시티의 감독이 되고 싶기 때문입니다. 지난 경기에서 바스시티는 좋은 경기를 했지만 팀의 잠재력이 모두 나오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현재 바스시티의 순위가 그것을 말해줍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현 감독의 전술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의 전술은 너무 자주 바뀝니다. (중략, 어떤 선수를 어떤 위치에 기용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

저는 저와 제 친구 둘을 함께 고용할 것을 원합니다. 이찬호와 유원석입니다. 그들은 분석에 능하죠. 저는 비록 1994년생이지만 그 나이가 제 앞길을 막지는 못할 겁니다. 2~3경기 안에 제 능력을 보여드리죠. 장담합니다. 바스시티 FC는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어갈 겁니다.


또 다른 메일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우리의 그간의 전술은 4-2-3-1인 것 같고 상대들은 4-4-2를 사용할 것입니다. 상대들은 우리가 역습을 노릴 것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미드필드를 장악하며 경기할 겁니다. 첫째, 수비에는 스톤호, 게틴존스, 대니웹, 세카니심슨을 세우고 미드필드에는... (중략) 이번 분석을 마칩니다.



 

이에 대한 바스시티 구단의 답.

원재야, 대니웹은 지금 살리스시티로 임대를 가있는데?

그러자 양원재 군은 의연하게 다음과 같이 답했다고 한다.
그러면 마크 프리스를 넣으세요.

이 사건 이후 이를 재미있게 여긴 바스시티 구단 측이 이 사건을 언론에 공개했고 이를 통해 양원재 군은 해외에서 유명인사가 되었다. 아직도 구글에 'Wonjae Yang'을 치면 관련 기사(클릭!)가 나온다. 결국 바스시티 구단은 양원재군을 구단의 명에 전술분석관으로 임명했다고 한다.
-마치며

FM은 분명히 사실적이고 재미있는 게임임에 분명하다. 이혼사유가 될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기도 하다. 위의 사례들이 아주 허무맹랑한 소리로 들리지 않는 것은 어찌보면 FM의 위대함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로연수 시뮬레이션만 해보고서 모두가 운전면허를 받을 수는 없는 것처럼 FM의 고수가 모두 축구감독이 될 수 는 없다.

하지만 실망하지 말고 FM을 하기 바란다. 게임 안에서는 당신이 호세 무리뉴가 될 수도 있고 델 보스케가 될 수도 있고 퍼거슨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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