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와 독수리의 평행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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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와 독수리의 평행이론
  • 최명석
  • 발행 2014.08.28
  • 조회수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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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와 독수리가 닮았어요"


 

이회택, 차범근, 최순호를 잊는 대한민국의 대표 스트라이커는 황새 황선홍과 독수리 최용수다.


영원한 라이벌이었던 두 선수가 감독으로 AFC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붙었다.
올해만 리그와 FA컵에 이어 인연인지 악연인지 계속 붙는다. 결과는 독수리에게 컵이 다 넘어간 상태
...후.. 마음을 진정시키고(포항 팬이라..) 이 둘의 인연을 파해쳐봤다.


그래서 억지로 끼워 맞춰본 두 사람의 평행이론.


반론의 여지없이 두 사람은 대한민국 최고의 스트라이커였다.


K리그에서 돌풍을 일으켰고 일본 J리그로 건너갔다. 선수 말년에는 다시 K리그로 돌아왔다. 두 사람 모두 리그보다 국가대표에서 훨씬 더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물론 그땐 내가 어려서 K리그를 보긴 했었지만, 아무래도 리그보단 국대가 더 많이 생각난다. (웃긴건 그땐 지상파에서 중계도 많이 해줬단 말이지.. 지금은 뭐... FC대한민국...쩝)


또 월드컵 예선과 본선에서도 인상깊은 경기를 보여줬다.
(좋은 플레이든 아니었든간에.. 인상은 깊었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용수형의...끙...;;)


자세히 살펴보자.


황선홍 감독이 3살 많다. 황 감독은 68년 7월14일, 최 감독은 71년 9월 10일.
맙소사, 생일도 약 3달 차이 ㄷㄷㄷㄷ;;



 


(프로필 상으로 최 감독이 73년생이지만, 실제는 71년생이라고 한다.)

 

황선홍은 K리그에서 통산 52경기 26골을 기록했다. 모든 골은 포항아톰즈와 포항스틸러스 시절에 기록했다. 수원삼성과 전남 드래곤즈 소속으로는 공식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전대 미문의 1대8 지명권 트레이드, 8경기 연속골, FA컵과 97, 98년 아시아 클럽 챔피언십 우승(현 AFC 챔피언스리그).


최용수는 통산 113경기 44골(LG치타스, 안양LG, FC서울)을 기록했다. 최용수 감독의 모든 골은 LG치타스와 안양LG 시절!!! 황선홍이 포항에서만 골을 넣었던 것과 어찌이리도 닮았을까!!!
2000년 K리그 우승과 MVP를 차지하기도 했다.
황선홍이 포항과 형제 구단인 전남 드래곤즈에서, 최용수는 안양LG와 인연이 깊은 FC서울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했다는 점에서도 닮았다. (똑같지뭐...)


두 사람 모두 J리그를 씹어먹었다.




 

먼저 J리그에서 강한 임팩트를 심어준 건 선배 황선홍.


대한민국 선수 최초로 J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98년 세레소 오사카로 이적 후 다음해인 99년 24골 8어시스트로 J리그 득점왕을 수상한다. 2000년 수원삼성에 입단했지만 가시와 레이솔로 임대해갔는데, J리그 통산 70경기에서 42골을 넣었다.


기억으로 당시에 일본에서 활동하던 선수는 노정윤이 유명했다. 황선홍이 활약한 이후에 봇물같이 일본으로 많은 선수들이 쏟아져 들어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유상철, 홍명보, 안정환, 윤정환, 박건하 등등.
(사실 누가 먼저 갔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노정윤 다음엔 황선홍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바통을 이어받은 최용수도 만만치 않았다. 통산 121경기에서 75골을 기록. 2001년 대한민국 선수로는 최고 금액의 이적료인 3억 엔으로 제프 유나이티드 이치하라 지바로 이적했다. 첫 해 득점 순위 2위를 기록했고. 2001년과 2003년 올스타전에 선발되었다. 특히 2002년 9월 14일 J리그 8,000번째 골을 넣기도 했다. 2003년 4월에는 2경기 연속 해트트릭을 기록하여 'AFC 4월의 선수'에 선정되었다. 어마무시하지.


 


 

두 사람 모두 태극마크와 인연이 깊다. 중요한 경기에서 골을 넣어 국민적 영웅이 되기도 했다가, 결정적인 골을 놓쳐 수년동안 놀림거리가 되기도 했었다. 그만큼 무거웠던 태극마크였지만, 이 둘 보다 훌륭하게 대표팀 스트라이커자리를 지켜온 사람 또한 많지 않다는건 모두가 인정하지 않을까?


황선홍은 90년, 94년, 98년, 2002년, 최용수는 98년, 2002년에 월드컵 대표팀에 뽑혔다.
두 사람은 월드컵대표로서 좋았던 기억도 많았지만 안좋았던 기억이 참 많다. 황선홍, 최용수, 김도훈 이 세사람이 다투던 공격수 자리는 항상 욕을 먹던 자리였다. "문전처리 미숙, 골결정력 부재"한국 축구를 수십년째 따라다니고 있는 이 문제의 결과는 이 선수들 차지였다. 특히나 월드컵 예선에서 아시아 국가를 상대로 헤트트릭을 하면서 날아다니던 독수리 최용수는 정작 본선에서는 뛰었는지 안뛰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기억이 없다. 황선홍도 월드컵만 되면 부상을 당하거나 운이 없긴 마찬가지.


약간 다른점이 있다면 2002년 황선홍은 왼발로 대한민국을 월드컵 첫승으로 이끌었지만, 다음경기에서 최용수는 노마크 1미터 골대위로 독수리 슛이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남기고 말았다. 이와 견줄수 있는건 나이지리아의 야쿠부 슛이나 일본 야나기사와의 후지산 대폭발 슛 정도가 있다.


 


 

두 선수 모두 외국물을 먹었다. 일본물 말고 유럽.


황선홍은 K리그 대뷔 이전에 독일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K리그 드래프트를 거부하고 92년 레버쿠젠II(아마추어)에 입단했고, 이듬해 부퍼탈SV로 이적했다. 하지만 부상으로 한국으로 돌아온다.


최용수는 99년 자타공인 아시아 NO.1 공격수였다. 어느날 뜬금없이 EPL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입단 테스트 제의를 받아 영국으로 날아간 것이다. 스포츠 뉴스에는 최용수의 입단을 기정사실화 해 보도했는데, 며칠 후 그는 같이 입단 테스트를 받았던 김도근 선수와 함께 씁쓸하게 입국했다.


 

1255353862 입단테스트 해프닝은 에이전트의 언론플레이에 놀아난 것이었다는 소문만 있을 뿐이다. 최 감독이 정확히 밝힌건 없는 것으로 아는데, 정확한건 누가 댓글로 알려주길

당시에는 차붐이나 정재권, 허정무 등 아주 간혹 나오던 해외진출이었기에 온 나라가 떠들썩했었고, 특히나 축구종주국 잉글랜드여서 더 난리였다. 박지성이 아닌 EPL 1호는 최용수가 되었을 수도 있었던 일이었으니 보통 큰일이 아니었다.
아쉽게 두 선수 모두 씁쓸하게 한국으로... 진짜 놀랍도록 비슷하지 않는가!!


두 사람은 비슷한 시기에 감독이 된다.
황선홍은 2007년 12월 부산 아이파크 감독으로, 최용수는 2011년 FC 서울의 감독 대행이 된다. 황선홍은 친정팀인 포항 스틸러스의 감독이 되면서 감독으로서의 빛을 제대로 보기 시작한다. 부산에서도 FA컵 준우승을 하며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포항에서는 2012년 FA컵 우승, 2013년 FA컵 2년 연속 우승과 더불어 K리그 클래식 우승!! 대한민국 프로축구 팀 최초로 FA컵과 리그를 동시에 우승하는 더블을 달성했다. 그 흔한 외국인 선수 한 명 없이. 최용수도 황선홍의 전처를 밟고 있다. 2012년 부임 첫 해 리그 우승을 했다. 선수, 코치, 감독으로서 단일팀에서 모두 우승을 기록한 최초의 인물이 된 것이다. 지난해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광저우에 져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8강에서 포항을 꺾고 4강에 올라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후배인 최용수가 황선홍을 닮아왔지만 이제는 서로가 서로를 닮아가고 있다. 리그 우승은 최용수가 먼저, FA컵은 황선홍이 먼저. K리그 감독상도 2012년에는 최용수가, 2013년에는 황선홍이 수상했다.


 


 

두 사람의 훌륭한 선수가 멋진 감독으로 성장해 훌륭한 경기를 보이고 있다. 특히나 용병하나 없는 포항을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강하고 재밌는 축구를 하는 팀으로 만든 황선홍 감독은 정말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최용수 감독의 쇼맨십도 K리그 감독들이 배워야 할 좋은 점이라 생각한다. 데얀과 하대성, 아디가 떠난 자리를 매우며 후반기에 치고올라오는 모습도 보기 좋다. 두 사람의 성공적인 평행이론이 계속되길 바란다. 끝.


*사진출처: FC서울 페이스북, 게티이미지, 한겨레신문, SBS , A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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