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아는척 매뉴얼] 마계대전(馬鷄大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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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아는척 매뉴얼] 마계대전(馬鷄大戰)!
  • 발행 2014.08.24
  • 조회수 2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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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축동 브로&시스들에게 축구를 보면서 남들에게도, 스스로에게도 아는 척의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K리그 아는 척 매뉴얼’을 준비했다. 아는 척에 필요한 최소한의 이야기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첫 번째는 K리그 대표 더비 매치 가운데 하나인 ‘마계대전’이다. K리그 대표 더비라는 말에 으레 ‘슈퍼매치’만을 떠올릴 주변 사람들에게 ‘마계대전도 모르냐?!’고 아는 척을 해보자. 이 글을 읽고 8/24일 열리는 올 시즌 두 번째 마계대전을 친구들과 함께 보며 아는 척을 시전해보자.


 

수원 별 일곱개의 천마... 성남의 엠블럼이 그리워 질 줄이야

* 마계대전(馬鷄大戰)이란?
우선 ‘마계대전’이라는 이름의 뜻부터 알아보려 한다. (김성모 화백의 만화 ‘마계대전’과는 연관이 없다.) ‘마계대전’은 K리그 클래식의 성남과 수원의 경기를 일컫는 말이다. 성남일화천마 축구단의 상징인 천마와 수원 블루윙즈의 상징인 아길레온의 대결이라고 해서 말과 새의 싸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물론 아길레온을 닭이라고 표현한 것은 수원을 비하하는 의미이겠지만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단어가 제법 멋스러웠기 때문에 모두가 인정하는 더비의 이름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아이큐점프에서 연재하던 김성모 화백의 역작, 마계대전. 물론 나는 안 봤다. 아이큐점프에서 연재하던 김성모 화백의 역작, 마계대전. 물론 나는 안 봤다.

두 팀의 대결이 마계대전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을 갖게 된 것은 두 팀이 역사적으로 K리그 안에서 강호로 자리매김해온 팀들이기 때문이다. 성남은 역대 K리그 최다 우승팀이고(7회), 수원은 1995년 창단한 이래 벌써 K리그에서 4번이나 우승한 강호이다. K리그 31년의 역사에서 두 팀이 우승한 횟수가 11회이니 K리그 역사의 약 1/3은 이들이 접수한 것이다. 이들이 맞붙는 경기는 항상 국가대표급 선수들의 라인업과 그들의 멋진 경기력으로 팬들을 열광하게 했다.


 

두 팀 사이에는 슈퍼매치와 달리 어떠한 ‘증오’에 가까운 적대감이 있지는 않다. 되려 ‘강호 간의 대결’이라는 인식에 서로를 배려하는 듯한 느낌마저 받는다. 물론 최근 몇 년 전부터는 ‘마계대전’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두 팀의, 특히나 성남의 리그 내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 아쉬운 점이라면 아쉬운 점이다. 왜냐하면 마계대전은 ‘막강한 팀들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졌던 경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마계대전이 재미있는 K리그의 더비 매치 가운데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마계대전 명경기 2선

한 번 보고 가시라.

-명경기 1: 2009년 K리그 28라운드
http://www.youtube.com/watch?v=eoxAhuC9qII

 

 

-명경기 2: 2011년 K리그 24라운드
http://www.youtube.com/watch?v=PPP_xIxoB5w

 

 

 

-마, 계를 모두 거쳐간 선수들

과거 성남과 수원의 선수단에는 국가대표가 가득했다. 그 가운데에서도 마계대전을 더 재미있게 만드는 이야기는 바로 두 팀을 모두 거쳐간 선수들일 것이다. 각 한번씩은 천마로, 아길레온으로 마계대전에 임해본 선수들에 관한 이야기는 흥미롭다. 경기 중에 아는 척을 해보자 “쟤, 원래 성남/수원에서 뛰던 애잖아”


 

데니스*데니스(96-03 수원/ 03-05 성남/ 06-07 수원)
러시아에서 온 천재 공격수로 96시즌부터 03시즌까지 수원의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다가 03년도에 성남으로 이적하면서 대한민국으로 귀화하여 성남에서는 ‘이성남’으로 활동하며 팀의 03시즌 우승에 기여했다. 2004년 성남 소속이던 시절, 마계대전에서 친정팀 수원에게 골을 넣고 수원 서포터들에게 달려가 자신의 새 이름인 ‘이성남’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한 도발적 세레모니가 유명하다. 하지만 05 시즌 부산으로 임대된 후에 06시즌에 다시 친정팀인 수원으로 복귀했다.


 

샤샤

*샤샤(98-00 수원/ 01-03 성남)
부산, 수원 그리고 성남에서 모두 우승을 경험한 우승 청부사로 유명한 샤샤다. 수원시절 부산을 상대로 했던 ‘신의 손’ 사건이 유명하다. 개인 통산 최다 해트트릭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98년부터 2000년시즌까지 수원 블루윙즈에서 활약했으며 2001년부터 2003년시즌까지 성남에서 활약했다. 샤샤는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역대 최고의 외국인선수’로 기억되고 있다.


 

김두현

*김두현(01-05 수원/ 05-07 성남/ 09-현재 수원)
김두현은 수원 소속 시절 열린 첼시와의 친선경기에서 당시 첼시 소속 선수였던 조콜이 ‘가장 인상적인 선수’로 꼽았을 만큼 대단한 성장세에 있었다. 05년 중반 성남으로 이적하며 성장세를 더했고 06년에는 친정팀인 수원을 상대로 챔피언 결정전에서 승리하며 우승을 맛본다. EPL 진출 이후에 국내로 복귀할 때에 친정팀인 수원으로 돌아와서 현재까지 수원에서 플레이하고 있다.


 

정성룡

*정성룡(08-11 성남/ 11~현재 수원)
정성룡은 최근 월드컵과 평가전들에서의 부진으로 ‘퐈이아’등의 조롱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포항에서 유망주 골키퍼였던 그는 성남으로 이적하며 국가대표 골키퍼로 성장한다. 월드컵에도 주전으로 출전하고 성남이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는 데에 일조한다. 그 직후 시즌인 2011시즌에 바로 수원으로 이적하며 현재까지 수원에서 활약하고 있다. '덩크슛' 등 오명과 비아냥을 사고 있지만 K리그 최고의 골키퍼 중에 하나임은 분명하다.


 

라돈*라돈치치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얌마 라돈 투게더!’, ‘라돈 허리 아퐈’의 주인공 라돈치치다. ?라돈치치는 인천 소속으로 많이 알려지고 난 뒤 2009년 성남으로 이적한다. 2010시즌에는 성남 선수로서 수원전을 앞두고 ‘치킨, 특히 양념치킨을 좋아한다’ 고 말하며 도발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성남에서의 활약으로 그 다음 시즌 바로 수원으로 이적하게 된다. 수원에서는 2 시즌을 보내고 현재는 제2리그의 오미야 아르디자 소속이다.


(얌마 라돈 투게더)

http://www.youtube.com/watch?v=_esWGmLI1iw

 

홍철

*홍철(10-12 성남/ 13~ 수원)
성남의 유스인 풍생중-풍생고를 모두 거친 프렌차이즈 스타다. 성남에서의 활약으로 국가대표로도 선발되어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13년 초, 수원으로 이적한 후에 가진 수원 팬미팅에서 ‘풍생중-풍생고를 거친 성남의 프랜차이즈 스타는 이제 없습니다. 앞으로 수원의 선수로서 별을 한 개 더 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성남 팬에게는 프랜차이즈 스타에서 ‘역적’이 된 홍철이다. 마계대전이라는 더비 매치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해준 선수이다.


 

조류대전? 조류대전?

 

-마계대전? 조조전(鳥鳥戰)?!?


올해 들어 성남일화 천마 축구단이 ‘성남FC’로 재창단하면서 팀의 상징이 까치로 바뀌었기 때문에 ‘마계대전’이라는 이름에 문제가 생겼다. 마계대전의 ‘마’인 천마가 사라지고 까치가 등장했기 때문에 ‘마계대전’이라는 이름 대신에 새들의 대결이라는 ‘조조전’이라는 이름을 써야 한다는 의견도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보다 본질적으로 이 더비가 예전과 같지 않은 이유는 앞서 언급한 바처럼 두 팀이, 특히 성남이 리그에서 차지하는 영향이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영원한 우승후보’에서 8월 24일 현재는 12위로 강등권에 머물고 있다. ?수원도 현재는 3위에 머물고 있으나 '갈락티코'라고 불리우던 옛 ?영광에 비해서는 전북과 포항 등의 팀들에게 밀리는 추세에 있다. 보기에 따라서 이 더비는 '옛 영광을 찾으려 하는' 팀들의 싸움이라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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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26일 탄천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과 수원의 경기는 성남이 시즌 첫 골과 첫 승리를 기록하며 끝이 났다. 성남으로서는 첫 승의 제물이 되어준 수원에게 고마웠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수원은 상위 스플릿에 안착한 상태이고 성남은 24일 오전 현재 경남에 비해 한 경기를 덜 치룬 상태에서 승점 1점 차로 리그 꼴찌인 상태이다. 따라서 24일 오후에 열리는 수원전에 따라서 성남이 탈꼴찌를 할지 꼴찌로 남을 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오늘 저녁, 빅버드에서 또 한 번의 두 팀의 명승부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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